[FTA타결]엇갈린 각계 반응속 '신중론'

  • 입력 2007년 4월 2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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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오후 타결되자 재계와 노동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학계, 법조계 등은 내부 입장 차이를 드러내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부터 따져보자"는 신중론을 펼쳤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원천무효" VS "소모적 논쟁 끝내야"=연세대 박영렬(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 되면서 FTA는 경제발전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미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지지해온 단체들은 '한미 FTA 바로보기 운동'을 펼쳐 국회 비준 등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종석 공동대표(홍익대 교수)는 "FTA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가 부족하므로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대대적인 홍보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 시민단체 등은 '협상 무효'를 선언하고 국회 비준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실장은 "한미 FTA 타결은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며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해 대통령 탄핵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침략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양기환 대변인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 규정) 포기로 한국 영화계가 큰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단의 기대와 농가의 분노=한우협회 강화지회 이상원(53)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면서 한우 송아지 가격이 50만 원 이상 떨어졌다"며 "이제 한우농가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감귤농협 김기훈 조합장은 "미국 오렌지와의 경쟁으로 감귤산업이 뿌리 뽑히게 됐다"며 "생존권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농민단체들은 "감귤은 제주 농산물 생산액의 53%인 6000억 원을 차지하므로 육지의 쌀과 다름없는 생명산업"이라며 "계절관세(수확기에 높은 관세를 매겨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라봉과 하우스감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생산공장이 밀집한 울산시는 이날 한미 FTA 분석보고서를 통해 "울산은 한미 FTA 타결의 혜택이 큰 곳"이라고 밝혔다. 시는 미국의 관세철폐에 따라 자동차 부품과 승용차, 석유화학 등 지역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각계 내부 입장 차이 속 신중론 확산=한미 FTA 타결을 놓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노동계는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즉각 대규모 투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밀한 검토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협상 원천 무효를 주장한 민주노총도 "당장 총파업 등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전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와 빈곤층을 양산할 이번 협상은 원천 무효"라며 국회 비준 과정의 FTA 거부 투쟁에 무게를 뒀다.

한국노총은 FTA 반대를 주장하면서도 "합의 내용이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한 뒤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도 대한변호사협회는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힌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국회 비준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YMCA 신종원 시민사회개발부장은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논쟁을 계속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상결과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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