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11]212개국 65억 시청자의 눈을 잡아라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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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의 삼성전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공식 파트너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돌며 성화 봉송 행사를 열었다. 미국 뉴욕 시민들이 타임스스퀘어에서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며 성화 봉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아테네 올림픽의 삼성전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공식 파트너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돌며 성화 봉송 행사를 열었다. 미국 뉴욕 시민들이 타임스스퀘어에서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며 성화 봉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독일 월드컵의 현대자동차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파트너 현대자동차는 1250여 대의 공식 차량을 지원했다. 현대차가 생산한 에쿠스, 그랜저, 트라제 등 각종 차량은 대회 기간 내내 독일 월드컵 현장을 누볐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독일 월드컵의 현대자동차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파트너 현대자동차는 1250여 대의 공식 차량을 지원했다. 현대차가 생산한 에쿠스, 그랜저, 트라제 등 각종 차량은 대회 기간 내내 독일 월드컵 현장을 누볐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1990년대 후반 ‘SAMSUNG’ 로고를 붙인 푸시 카트가 전 세계의 공항을 누빈 적이 있다. 삼성그룹의 기업 PR용이었는데 당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지도 조사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삼성을 카트 만드는 회사라고 응답했다. 채 10년도 안 된 일이지만 이제는 아주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삼성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4년까지 로컬 스폰서였던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는 무선통신기기 분야 월드와이드 스폰서를 맡았다. 이후 동계와 하계 올림픽의 무선통신 분야 공식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9∼12개 사업 분야별로 세계적인 대표 기업을 선정해 공식 파트너로 삼는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가 되면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하는 대신 올림픽을 홍보, 광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는다.

가장 최근에 열린 하계올림픽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무려 220억 명이 TV를 시청했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카트 사건’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세계 최대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52억2000만 달러였던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04년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125억5000만 달러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삼성 휴대전화의 시장 점유율도 5.0%에서 14.5%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힘이다.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는 현대자동차 역시 스포츠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림픽을 스포츠마케팅의 무대로 활용했다면 현대차는 월드컵을 이용했다.

현대차는 1999년 국제축구연맹(FIFA)과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 계약을 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각종 국제 축구대회에서 공식 후원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독일 월드컵 때는 월드컵 공식 차량으로 1250여 대를 지원했다. 현대차가 공급한 차량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프란츠 베켄바우어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세계 각계각층의 귀빈들이 이용했다. 또한 32개 본선 진출국 대표팀 선수들과 각국 기자단,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현대차를 탔다.

현대차는 경기장 광고(A보드)의 TV 노출 시간과 시청 인원, 광고 단가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결과 9조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사람들의 눈이 한 군데로 몰리는 기회를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대구가 유치에 성공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무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월드컵, 하계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회원국은 212개국으로 FIFA의 207개국을 능가한다.

대회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도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뒤지지 않는다. 아테네올림픽의 시청자는 220억여 명. 독일 월드컵은 300억 명이 이상이 지켜봤다. 그러나 두 대회는 모두 보름 이상 열린다. 200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상대적으로 짧은 9일간 연인원 65억 명이 시청했다.

현재 IAAF의 공식 파트너는 엡손, 미즈노, 세이코, TDK, 도요타, 유러비젼, TBS 등 7개 사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을 포함해 몇몇 기업들이 새로운 공식 파트너로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명확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위원회는 삼성이 대회의 스폰서를 맡아줄 것을 물밑에서 조율 중이다. 삼성은 1996년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으로 선출된 직후인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수장을 배출해 왔다. 현재 회장 역시 신필렬 삼성전자 고문이다.

유종하 유치위원장은 “육상연맹을 맡고 있는 삼성이 하는 게 맞지 않겠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노키아나 도시바 같은 외국 기업만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상업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면 기업은 뛰어들기 마련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향한 기업들의 전쟁도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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