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김모(59·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최근 A증권사 사장에게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2004년 4월 퇴직금 1억9000만 원을 A증권사의 ELS에 투자한 그는 수익은커녕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김 씨는 “가입할 때 증권사 직원이 ‘연 목표 수익률이 8%로 낮은 것이 문제지, 원금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발뺌한다”며 “통화 내용을 녹음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2003년 첫선을 보여 인기가 높았던 ELS의 일부 상품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未)상환 ELS 잔액은 23일 현재 11조1463억 원에 이른다.
○ 원금 까먹는 ELS 적지 않아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만기(또는 조기) 상환된 646개 ELS 중 손실을 본 ELS는 4개다. 이들 상품의 평균 손실률은 39.7%이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407개 ELS 가운데 27일 현재 원금 손실이 난 것이 68개(16.7%), 손실률이 10% 이상인 것이 21개다.
특히 2004년 코스피지수가 옆걸음칠 때 각 증권사가 유행처럼 내놓은 ‘3년 만기 리버스형’(주가가 약세일 때 목표수익률에 이르는 것)의 손실률은 무려 70∼80%에 이른다.
예를 들어 보자. 2004년 7월에 판매된 B증권사의 ELS는 만기일의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이 가입 당시에 비해 떨어지거나 10% 이내면 연 7%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 하지만 코스피200지수가 당시 101.85에서 180대까지 급등하면서 손실률이 78%에 달한다.
C증권사가 2004년 5월 내놓은 ELS도 만기일의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이 40% 이내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27일 현재 원금의 70%를 잃은 상태다.
○ 최대 손실률을 확인해야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ELS의 80% 이상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기초자산)의 주가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이들 상품은 장중 한 번이라도 ‘하락 경계선’(보통 ―30∼―40%)에 이르면 손실이 바로 확정된다.
최근 기아자동차, LG전자 등 일부 급락한 종목이 늘어나면서 원금 손실이 확정된 상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 당국은 ELS 투자자들의 민원이 증가하자 지난해 10월 투자손실이 확정될 때 바로 고객에게 알리는 ‘손실 예고제’를 신설했다. 만기일까지 보유할 경우 더 손실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가입 전 판매사에게서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 절차가 있는 만큼 손실은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는 다양한 투자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도, 증권사들은 최고 수준의 수익률만 강조한다”며 “투자자는 최악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이며 자신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식연계증권(ELS)
투자수익이 개별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계돼 결정되는 금융상품. 자산을 우량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 등을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