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울고 싶어라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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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이 투자하신 주식연계증권(ELS)의 만기일이 5월 10일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기대와 다르게 움직여 2월 16일 현재 투자 원금 대비 손실률이 57.6%입니다.”

김모(59·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최근 A증권사 사장에게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2004년 4월 퇴직금 1억9000만 원을 A증권사의 ELS에 투자한 그는 수익은커녕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김 씨는 “가입할 때 증권사 직원이 ‘연 목표 수익률이 8%로 낮은 것이 문제지, 원금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발뺌한다”며 “통화 내용을 녹음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2003년 첫선을 보여 인기가 높았던 ELS의 일부 상품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未)상환 ELS 잔액은 23일 현재 11조1463억 원에 이른다.

○ 원금 까먹는 ELS 적지 않아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만기(또는 조기) 상환된 646개 ELS 중 손실을 본 ELS는 4개다. 이들 상품의 평균 손실률은 39.7%이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407개 ELS 가운데 27일 현재 원금 손실이 난 것이 68개(16.7%), 손실률이 10% 이상인 것이 21개다.

특히 2004년 코스피지수가 옆걸음칠 때 각 증권사가 유행처럼 내놓은 ‘3년 만기 리버스형’(주가가 약세일 때 목표수익률에 이르는 것)의 손실률은 무려 70∼80%에 이른다.

예를 들어 보자. 2004년 7월에 판매된 B증권사의 ELS는 만기일의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이 가입 당시에 비해 떨어지거나 10% 이내면 연 7%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 하지만 코스피200지수가 당시 101.85에서 180대까지 급등하면서 손실률이 78%에 달한다.

C증권사가 2004년 5월 내놓은 ELS도 만기일의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이 40% 이내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27일 현재 원금의 70%를 잃은 상태다.

○ 최대 손실률을 확인해야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ELS의 80% 이상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기초자산)의 주가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이들 상품은 장중 한 번이라도 ‘하락 경계선’(보통 ―30∼―40%)에 이르면 손실이 바로 확정된다.

최근 기아자동차, LG전자 등 일부 급락한 종목이 늘어나면서 원금 손실이 확정된 상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 당국은 ELS 투자자들의 민원이 증가하자 지난해 10월 투자손실이 확정될 때 바로 고객에게 알리는 ‘손실 예고제’를 신설했다. 만기일까지 보유할 경우 더 손실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가입 전 판매사에게서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 절차가 있는 만큼 손실은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는 다양한 투자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도, 증권사들은 최고 수준의 수익률만 강조한다”며 “투자자는 최악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이며 자신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식연계증권(ELS)

투자수익이 개별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계돼 결정되는 금융상품. 자산을 우량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 등을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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