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부총리?…“이사하라” 발언에 “무책임” 비판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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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5일 올해 종합부동산세 전망을 발표하면서 “무거운 종부세가 싫으면 이사하라”는 식의 발언을 하며 기존 부동산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부동산 시장 파행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 부총리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모두 높아 집을 팔고 이사하려 해도 퇴로가 없다”는 지적에 ‘서울 강남권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싼 집으로 이사하면 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50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시세가 21억∼23억 원 정도고 양도세 부담은 2억 원을 약간 상회하므로 10억 원 남짓한 분당 50평형짜리로 이사하면 상당히 큰 현금을 확보하면서 이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당신도시 내 50평형대 중 10억 원 정도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데다 교육 및 생활 여건 등을 무시하고 무조건 이사하라는 것은 경제부총리로서 책임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인터넷 언론 합동 인터뷰에서 “(싼 동네로) 이사가 양도세 10%만 내면 돈이 많이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종부세 부과 대상이 수도권 거주 상류층 등 극히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전날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나오면서 불거진 ‘보유세 폭탄 현실화’ 파문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권 부총리가 “종부세액은 지난해보다 68%, 세금을 내는 사람은 48% 늘어나지만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사람들이 납부 대상자의 94%를 차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서울 강남권의 종부세 대상자 등을 겨냥해 “별다른 세금 경감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여 기존 부동산 정책을 조금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정부의 부동산시장 관리 실패에 따른 종부세 부담을 특정 계층 및 지역민들의 부담으로 연결시키는 데 따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한꺼번에 세금을 2∼3배로 올리는 정책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라며 “세금 부담 때문에 소비가 줄고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재산세 공시가 6억이하 구간 주택별 과세

종부세 6억초과 구간… 땅-집은 합산안해

보유세 ‘재산세 + 종부세’에 부가세 추가

부동산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되며 여기에 부가세가 추가된다.

부가세는 본세(本稅)에 붙는 세금으로 △지방교육세(재산세액의 20%) △도시계획세(재산세 과세표준의 0.15%) △농어촌특별세(종부세액의 20%) 등 3종류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둘 다 주택과 토지에 매기지만 부과 기준이 다르다.

주택을 예로 들면 재산세는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구간에만 물린다. 세율은 0.15∼0.5%. 종부세는 6억 원 초과 구간에 부과되며 1∼3%다.

공시가격 9억 원이라면 6억 원에는 재산세가, 나머지 3억 원에는 종부세가 붙는 것이다. 9억 원 전체에 재산세와 종부세를 매기는 건 아니다.

산정 방식도 재산세는 주택별로 따로 세금을 매기지만 종부세는 주민등록상 가구원 전부가 갖고 있는 주택을 합산해 공시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면 부과 대상이 된다.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과세는 부부나 자녀가 갖고 있는 부동산 값을 모두 더한다는 뜻이지 땅과 주택처럼 서로 다른 부동산을 합산한다는 건 아니다. 토지는 토지대로, 주택은 주택대로 모아 별도로 과세한다.

공시지가 2억 원짜리 땅과 공시가격 5억 원짜리 집을 갖고 있다고 해서 총가격을 7억 원으로 보고 종부세를 물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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