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도 고수익”… ‘물건너 투자’ 물만났다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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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해외 자산 비중 확대를 ‘2차 자산혁명’으로 일컫는다. 1차 자산혁명이 일어난 것은 적립식 펀드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3∼2004년. 부동산만 끼고 살던 사람들이 이때서야 비로소 위험 자산인 주식을 투자 목록에 넣기 시작했다. 이후 적립식 펀드로 대표되는 펀드 시장은 빠르게 불어나 1200만 계좌로 성장했다. 가구당 1개꼴로 펀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2차 자산혁명은 투자 지역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해외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글로벌 시대에서는 투자 지역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다변화하는 것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 ‘10명 중 8명이 해외투자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해외 자산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본보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14명 가운데 43.8%가 ‘해외 자산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해외 자산이 없는 고객의 87.0%가 ‘앞으로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설문 대상이 증권사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보유 형태는 해외 펀드가 86.7%로 대부분이었고, 해외 주식과 부동산 직접투자는 각각 2%대로 적었다. 해외 부문 투자액은 5000만 원 이하(66.8%)가 많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사 대상의 77.3%가 해외 투자에 손을 댄 지 1년이 채 안 됐다고 답한 점이다. 이는 최근 불기 시작한 해외 펀드 투자 열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낮은 금리와 환율 하락이 주요인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금융자산의 축적 단계로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가 경제주체 공통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러면 왜 지금인가.

이 시점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은 금리와 환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셋플러스투자자문 강방천 회장은 “수년 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제 개인들이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쪽으로 자산이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산이 과거의 예금이나 적금 같은 확정금리 상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뜻한다.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강세)도 개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원화가 강세이다 보니 똑같은 돈을 갖고도 해외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져 직·간접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다.

국내의 낮은 투자 수익률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연평균 수익률 4%로 죽을 쑨 반면 미국 중국 등 세계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상승기류를 탔다.

주식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부동산에서도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기 힘들게 되자 자산이 해외 투자로 급속히 이동하게 됐다.

선진국형 포트폴리오(분산 투자)의 필요성이 확대된 것도 계기가 됐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해외 자산이 있다고 한 응답자의 44.4%가 해외 부문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를 ‘분산 투자’로 꼽았다.



○ 정부 규제완화-비과세 혜택도

개인들의 해외 직·간접 투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나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해외 부동산 개인 취득한도를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확대한 데 이어, 해외 주식형 펀드에 3년간 비과세(역외펀드는 제외)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강력한 해외 투자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는 해외로의 자산 이동을 ‘선진국형 자산구조로의 진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미국 등의 금융회사들은 고객에게서 모은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신흥 시장에 들어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투자로 번 돈은 43조 원에 이른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과거 외국 자본들이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자본도 해외로 나가 돈을 벌어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해외 투자가 가속화되면 국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당장 증시만 하더라도 해외 펀드로 돈이 쏠리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 주식과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의 해외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한 비판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원은 “가뜩이나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의 외화 유동성을 해외로 배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자본수지 적자를 유도해 후진국형 ‘쌍둥이 적자’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국면에서 해외 부동산 직접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투자 손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해외 펀드 자금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쪽에 지나치게 몰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전문가들은 ‘투자 위험 관리가 얼마나 잘되느냐’가 해외 투자 성패를 좌우할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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