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인의 한 특징, 기업에 대한 기묘한 二重심리

  • 입력 2007년 3월 15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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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교 경제교과서엔 기업에 적대적(敵對的)인 내용이 유난히 많다. 미국 교과서는 “공정경쟁을 하는 한 이윤증대 활동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가르친다. 반면에 우리 교과서는 이윤추구의 부작용,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장 실패 등을 강조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기업가정신 함양 과정을 정규교과에 넣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 교과서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설명조차 부족하다.

교과서 집필자들의 편향된 인식은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와도 뿌리가 닿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작년 하반기 50.2점으로 2003년 첫 조사 때의 38.2점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1등 공로그룹이 기업이다. 다수 국민이 정치 행정 등 국가의 다른 부문에 비해 기업이 가장 앞서 가고 있으며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데 동의한다. 외국에서는 ‘한국 기업 따라 배우기’가 유행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은 재벌 대기업이다. 평범한 시민은 물론이고 지도급 인사 가운데도 자식을 대기업에 취직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과 지도층은 ‘기업 때리기’라면 세계에서 가장 모진 축에 든다. 자신은 단 열 명의 일자리를 만들 능력과 도전정신이 없으면서도 수천, 수만 명을 고용하는 기업가들을 존경하기는커녕 ‘어디 구린 데 없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낸다. 대통령부터 외국에 나가서는 “기업이 애국자”라며 잠시 립서비스를 하다가도 국내에 들어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기업 기(氣) 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언행을 하기 일쑤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 하기 좋은 여건 만들기에 경쟁적이다. 중국 공산당조차 “기업가들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주의 건설에 크게 공헌했다”며 더욱 열심히 성장을 견인하도록 유도한다.

어떤 나라, 어떤 국민이 더 잘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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