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 車-쇠고기 2차례 고위급회담서 담판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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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열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양국 협상단은 농업 섬유 등 8개 분과 회의를 열고 통관 분야를 최종 타결했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왼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열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양국 협상단은 농업 섬유 등 8개 분과 회의를 열고 통관 분야를 최종 타결했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왼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전체 20개 분야 가운데 11일까지 경쟁, 정부조달, 통관 등이 최종 타결되는 등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가 넓어지고 제도가 선진화되는 등 ‘FTA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차는 여전해 막판 고위급 협상에서 ‘빅딜(주고받기)’에 따라 전체 FTA 협상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8차 협상은 12일로 막을 내린다.

○FTA 효과 가시화되나

10일 정부조달 분야가 타결됨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조달 시장의 규모는 미국 316조 원, 한국 17조 원으로 미국이 한국의 18배에 이른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 내 입찰 및 낙찰 실적을 미국 조달시장 참여 요건에서 빼는 데 성공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없앴다.

협상단 관계자는 “정부조달 분야 외에 경쟁, 통관 분야에서도 FTA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경쟁 분야 타결에 따라 국내에서 시민단체와 법무부 등의 반대로 일단 무산됐던 ‘동의명령제’ 도입에 가속도가 붙게 되는 것도 대표적인 FTA 효과로 꼽힌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시정을 합의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사건을 끝내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명령제가 도입되면 기업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기타 분야도 소규모 주고받기 활발

경쟁, 정부조달 등을 뺀 나머지 분야도 핵심 쟁점을 제외하고는 소규모 주고받기를 통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통관 분야에서는 미국의 9·11테러 이후 길어진 통관 절차를 특급 화물은 4시간, 수입 화물은 48시간 등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양국은 제3국 물품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세관 당국이 수출업체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원산지 현장검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쟁점이 마무리된 서비스 분야에서 당초 한국이 요구했던 기술사와 전문직 등 4, 5개 분야에서 전문직 자격증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정 규모의 전문직 종사자에게 미국 비자를 주는 방안은 미국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반대해 일단 보류됐다.

그러나 유명희 한국 측 서비스분과장은 이 문제에 대해 “호주도 미 의회와 협상을 벌여 해결한 만큼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 여전히 난항

자동차, 농업, 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협상을 총괄하는 이혜민 한미 FTA기획단장과 섬유 분야 고위급 협상을 이끄는 김영학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은 11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이 섬유 분야에서 기대 수준 이하의 시장 개방안을 제시했다”며 “12일로 예정됐던 분과회의는 아예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쇠고기 등 농업 분야 논의 역시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김종훈 수석대표는 “농업 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핵심은 쇠고기”라며 “쇠고기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농업 부문에서는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특히 “모든 품목이 민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쇠고기 중 냉동육 등 일부 품목은 개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김 대표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즉시 폐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3년 내 폐지도 조기 폐지로 볼 수 있다”고 말해 ‘즉시 폐지’라는 요구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美 쇠고기 수입압박 더 거세질듯▼

‘뼛조각’ 쇠고기 문제로 한국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뼈를 포함한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미국 농무부(USDA)와 캐나다 식품검사국(CFIA)의 발표에 따르면 OIE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를 광우병 위험도를 나타내는 세 등급 가운데 중간 수준인 ‘위험 통제(Controlled risk)’ 국가로 잠정 분류했다. 이 등급은 ‘위험 없음(Negligible risk)’보다는 위험도가 높지만 ‘위험 미정(Undetermined risk)’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해당 국가가 광우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만한 체계를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또 이 등급을 받은 나라의 쇠고기는 두개골과 척추 등 광우병의 특정 위험물질만 제거되면 수출 과정에서 부위나 연령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광우병 등급은 회원국 회람을 거쳐 5월 OIE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종 등급이 확정되면 현재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로 돼 있는 한미 수입 위생조건의 개정을 정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파동 때문에 미국과 함께 2003년부터 대(對)한국 쇠고기 수출이 중단된 캐나다도 한국에 대한 공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는 수입 쇠고기에 대한 자체 검사를 하고 해당국과의 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OIE의 평가를 뒤집을 만한 과학적 근거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림부 관계자는 “OIE의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독자적인 위험평가를 하고 해당국과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서 보장하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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