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FTA 집회 원천봉쇄…기자 10여명 경찰에 폭행당해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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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도심에서 열 계획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와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를 잇달아 금지하고 나서자 진보단체들이 헌법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및 거리행진 구간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주요 도로’에 해당되기 때문에 교통에 지장을 주고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지 이유가 타당하다고 진보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경찰의 잇따른 집회 불허 결정=8일부터 시작된 한미 FTA 8차 협상이 12일 막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범국본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 계획이었던 ‘FTA 체결 반대 1차 민중 궐기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당시 경찰은 전·의경 1만8000여 명을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 배치해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본 집회가 무산되자 범국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신촌, 서울역광장, 세종로 사거리 등에서 산발적인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또 파병반대국민행동이 17일 서울역광장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 계획이던 ‘3·17 이라크 침략 4년 규탄 국제공동반전행동’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교통 혼란 vs 집회 자유=경찰은 지난해 11월 22일 범국본 주최로 열린 반FTA 집회에서 격렬한 폭력 사태가 발생한 뒤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를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22일 충돌 사태 후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집회나 시위는 원천봉쇄한다는 것이 경찰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단체들은 경찰은 교통 혼잡에만 관심이 있을 뿐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에는 관심도 없다고 비난했다.

▽시위 취재 기자들 경찰에 폭행당해=한편 10일 오후 6시 40분경 세종로 사거리에서 범국본의 반FTA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현장을 취재 중이던 언론사 취재기자 및 사진기자 10여 명이 진압 경찰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1일 기자 부상과 관련해 유감 표명 자료를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압부대원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불법시위 군중을 안전하게 해산할 수 있는 진압기법 개발 △진압작전 시 취재기자와의 완충지대 설정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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