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名酒로 세상의 술꾼 사로잡겠습니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국순당 배상면 회장(오른쪽)과 아들 배중호 사장. 전영한 기자
국순당 배상면 회장(오른쪽)과 아들 배중호 사장. 전영한 기자
“백세주 같은 우리나라 전통 술이 와인이나 위스키 등 서양의 유명 주류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점이 국제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한국의 전통 주류 제조업체인 국순당이 최근 해외에서 큰 상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식품박람회 ‘프로트 엑스포 2007(PROD EXPO 2007)’에서 국순당의 대표작인 ‘강장백세주’와 ‘백세주’가 각각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프로트 엑스포’는 ‘파리 국제식품박람회(SIAL)’와 ‘도쿄 식품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식품 박람회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 국순당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대표 상품인 ‘백세주’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의 감격과 매출 감소의 근심이 교차하는 국순당 배상면(83) 회장과 배중호(54) 사장 부자(父子)를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순당 본사에서 만났다.

배 회장은 최근 술 소비 추세에 대해 “웰빙(참살이) 가치를 찾는 고객들은 비싼 와인을 찾고, 싼값에 회식을 하려는 고객들은 소주를 좋아하는 패턴 변화는 일시적일 수 있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名酒)를 만들어 웰빙 술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 일선을 책임지는 배 사장은 수상의 기쁨 못지않게 최근 백세주 매출 급감 문제에 대한 자기반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소비자의 취향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소주나 와인 등으로 바뀐다는 것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게 패인입니다. 소비 패턴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얘기죠.”

배 회장 부자는 ‘백세주 신화’의 주역이다. 무명의 전통주였던 백세주를 불과 10여 년 만에 대부분의 식당이나 술집에서 찾을 수 있는 대중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199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배 사장은 업소별로 특색 있는 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 등 독특한 전략을 써서 학계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마케팅 사례로 연구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백세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2003년 1315억 원에 이르던 회사 매출이 지난해에는 800억 원대로 떨어졌다.

배 사장은 “이번에 상을 받은 것은 백세주가 와인이나 위스키 등 유명 주류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꾸준한 기술 개발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이 새로운 활로에 대해 말을 이어 갔다.

“웰빙이 대세라면 누룩 등을 이용한 생화학적 술을 많이 개발해 보급하도록 해야 합니다. 민족 고유의 술인 막걸리를 고급화해 재도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배 회장은 또 불합리한 주세 체계가 전통주가 외국 술에 밀리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주세 체계는 외국과 달리 포장 용기에도 높은 주세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전통주에 어울리는 고급 용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술이 세계적 명주로 뻗어 나가지 못하는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