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 20대 인턴맥]믿음의 ‘정보 네트워크’…만나면 通한다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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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옛말이에요. 이젠 인턴 동기 따라 강남 갑니다.”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포털업체인 ‘엠엔캐스트’에 다니는 서승덕(28) 씨는 지난해 11월 웹2.0과 롱테일경제(다품종 소량 생산된 틈새 상품이 대중적인 히트 상품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는 현상)에 관해 유명 블로거들이 강연하는 ‘오픈 웹 투 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서 씨가 꼭 들어야 할 강연이었지만 사실 그는 이런 행사가 열리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함께 인턴을 했던 동기의 연락을 받고 참석할 수 있었다.

서 씨는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결정할 때도 인턴 동기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

그는 “인턴 동기 대부분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취업한 덕분에 업계 동향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사회 초년생이 업계에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다는 것은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검증된 네트워크, 인턴 인맥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새 학기가 되면 대학 캠퍼스 내 게시판은 향우회와 동문회 모임 공고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요즘 캠퍼스에선 이런 공고보다 취업 관련 스터디 모임 공고가 더 많이 눈에 띈다.

20대의 인맥 중심이 변하고 있다. 기존 인맥의 핵심이던 지연이나 학연에 대한 인식은 점점 엷어지는 반면 자기계발과 취업, 이직 등 사회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용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취업전문 포털사이트인 커리어가 지난달 15∼20일 20대 직장인 3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맥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도 역점을 두고 관리하는 인맥군이 크게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친구나 동문의 중요도’에 관해서는 과거 63.9%에서 현재 42.4%로 줄어들었다고 답한 반면 직장 선후배 인맥의 중요도는 10.8%에서 34.5%로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인맥이 중요한 이유 역시 ‘정서적 유대감’(27.8%)보다는 ‘이직이나 창업을 할 때 도움을 받고자’가 3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턴 네트워크는 이런 인식의 변화 속에서 20대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 가장 경쟁력 있는 인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턴 인맥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의 ‘실력’을 알고 믿을 수 있다는 것.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에 뽑힌 데다 인턴 기간에 서로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홍보대사 출신으로 LG화학에 다니는 이모(29) 씨는 “만약 회사에 자리가 생기면 인턴 동기를 추천할 것”이라며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함께 밤을 새워 본 경험을 통해 인턴 동기의 능력과 조직생활에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성수(경영학과) 교수는 “학연이나 지연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맺어진 네트워크가 아닌 반면 인턴 인맥은 업무 성과를 기반으로 한 질이 담보된 네트워크”라며 “그만큼 학연 지연보다 몇십 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인턴 인맥 관리는 ‘지식경영’의 출발

삼성전자 인턴 출신으로 이 회사에 입사한 임모(26) 씨는 현재 언론사와 은행, 통신회사 등에 취업한 인턴 동기 20여 명과 분기마다 한 번씩 모임을 연다.

임 씨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만큼 나중에 이직이나 창업을 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임에 꾸준히 참석한다”며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인턴 동기들에게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인턴 인맥이 뜨는 이유는 변화된 기업 경영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기업의 최대 화두는 ‘지식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의 확산이 필수 과제다.

알아야 할 지식과 기술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한 사람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성균관대 차동옥(경영학부) 교수는 “20대는 다양한 분야에 취업한 인턴 친구들을 통해 네트워크를 쉽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턴 네트워크를 선택이 아닌 필수 인맥으로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자본’이란 관점에서도 인턴 인맥은 다른 인맥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서강대 김양민(경영학과) 교수는 “인턴 인맥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시절 인턴 활동을 했던 이들이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므로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며 “이 점에서 언제라도 귀속될 수 있는 학연 지연과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턴 인맥이 ‘개방성’ ‘확산 가능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연세대 한준(사회학과) 교수는 “학연 지연 등 과거의 인맥은 폐쇄성이 강했던 데 반해 인턴 인맥은 학교나 지역, 성별을 떠나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통해 계속 확장해 갈 수 있는 인맥이기 때문에 과거 네트워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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