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년 4개월 여 만에 최저

  • 입력 2007년 2월 12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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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년 4개월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거래일 기준으로 사흘 연속 하락하며 직전 거래일인 9일보다 0.95원 떨어진 100엔 당 768.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24일(762.6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약세가 고착화되는 신호탄일까?

이날 원-엔 환율 하락은 지난 주말 독일 에센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화 약세 기조를 바꿀 특별한 조치가 나오지 않은 영향이 크다.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국이 G7 회의를 통해 엔화 약세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 기조를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G7회의에서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당분간 이 기조를 반전시킬만한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G7 회의 결과가 미친 환율 하락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다 일본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배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어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다 해외로 나간 일본 기업들이 3월 말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본국 송금을 늘리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업체는 울상…일본 부품 수입하는 업체는 희색

한국과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강세는 일본 및 제3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및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발전과정을 돌아볼 때 엔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일 때 우리 경제가 호황을 누린 반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불황이나 위기국면에 들어간 적이 많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외환위기 직전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져 외화가 부족해진 것과 현재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원-엔 환율 하락으로 수입가격이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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