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7명중 1명꼴 ‘백수’…상장사 수익 2년째 추락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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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위축이 길어지면서 저소득층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돈 벌 능력이 없는 가장이 많아지고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경제력 차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사교육비 등의 씀씀이도 격차가 벌어졌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의 소득을 키워 줘야 할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도 날로 약화되고 있어 쉽사리 탈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작년 ‘무직가구’ 14.6%…3년새 1.14%P ↑

▽건설업-자영업 부진으로 일자리 포기=지난해 한국의 7가구 중 1가구의 가장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경기 부진, 자영업 구조조정 등으로 이른바 ‘백수’가 된 가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 중 가구주가 직업을 갖지 못한 ‘무직(無職) 가구’의 비율은 14.57%로 2005년보다 0.55%포인트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13.43%)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무직 가구 비율은 2004년에 13.40%로 소폭 줄었다가 2005년(14.02%) 이후 증가했다.

무직 가구의 소득 중 절반(49.4%)은 정부의 보조금 또는 자녀가 부모에게 보내준 돈 등 ‘공적,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했다. 스스로 벌지 못해 국가나 자녀 등에게서 돈을 얻어 살아온 셈이다.

또 무직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7명, 가구주의 연령은 59.04세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늘면서 무직 가구주가 많아졌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파산 신청 12만명…매년 3배씩 증가

▽개인회생 신청자는 15.7% 증가 그쳐=최근 3년간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해마다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개인파산은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자산을 압류하고 남은 부채를 없애 주는 제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펴낸 ‘개인파산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3년 3856명이던 개인파산 신청자가 △2004년 1만2137명 △2005년 3만8773명 △2006년 12만2608명 등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개인회생 신청자는 2004년 9070명에서 2005년 4만8541명으로 5.35배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5만6155명으로 1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자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인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2004년 28만7352명 △2005년 19만3698명 △2006년 8만5826명 등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경기 위축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이처럼 줄고 있는 것은 아예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개인파산 신청으로 많이 넘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500대 기업 수익성 2003년부터 크게 둔화

▽현 정부 출범 후 퇴보… 세계의 84% 수준=500대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도 2003년부터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었다.

LG경제연구원은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세계 500대 기업의 수익성 평가 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국내 500대 기업은 2005년 기준으로 8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원화가치 상승, 신용카드 사태,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이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성장성의 하락세가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50대기업 영업이익 8.4%-순익 10.8% 감소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가… 앞으로가 더 걱정=국내 주요 상장사의 수익성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실적 발표하지 않은 5곳 제외)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純)이익은 각각 41조1358억 원, 39조3229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8.4%, 10.8% 줄었다. 매출액은 439조8902억 원으로 6.2% 증가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005년에도 전년에 비해 14% 감소해 2004년 사상 최고 실적을 보인 뒤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의 부진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등 수출 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소득 상하위 10% 사교육비 격차 9.2배로

▽월평균 보충교육비 31만 원 대 3만 원=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 중 소득 최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보충교육비는 31만1000원으로 최하위 10% 가구 3만4000원의 9.2배로 집계됐다.

이 두 계층의 보충교육비 격차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6.5배에서 2004년 7.5배로 늘었다가 2005년 7.4배로 다소 줄었었다.

보충교육비에는 학교 보충수업비가 포함돼 있지만 입시, 보습, 예체능학원 등의 학원비와 독서실비 등 사교육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충교육비에 학교 납입금과 교재비, 문구비용 등을 더한 전체 교육비 지출은 최상위 계층이 월평균 48만3000원으로 최하위 계층(6만9000원)의 7.0배였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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