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재동]‘쇠고기 뼛조각’ 해석차? 시각차?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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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컵라면 먹고 있어요. 이것 때문에 우린 저녁도 못 먹어서….”

8일 오후 11시경 ‘한미(韓美) 쇠고기 기술협의’ 회의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우리 측의 한 정부대표에게 전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에서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났다. 경기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린 이틀째 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한참 늦게 끝났다.

양국 전문가들이 이틀 밤낮을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논의한 결과는 ‘합의 사항 없음’. 실망스러운 성과였다.

하지만 따져 보면 이는 예상된 내용이었다.

지난해 초 한미 양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deboned)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수출 쇠고기(The export beef)는 반송한다’는 ‘수입 위생조건’에 합의했다.

이 ‘deboned’라는 단어 해석에서 양측의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이를 ‘뼈가 전혀 없는’이란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작은 뼛조각이 들어있는 미국 쇠고기를 세 차례나 반송해 버린 근거다. 반면 미국은 ‘뼈를 발라낸’ 정도로 해석했다. 작업 도중에 실수로 들어간 뼛조각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The export beef’라는 구절을 한국은 ‘한국에 싣고 들어온 모든 쇠고기’로, 미국은 ‘뼈가 검출된 상자’로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 ‘뼈’가 통뼈같이 부피가 큰 뼈만 뜻하는지, 아니면 뼛조각도 포함하는지는 역시 논란거리다.

하지만 위생조건에는 이같이 세세한 규정이나 주석은 달려 있지 않았다.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기본적인 오해가 있으니 협의가 잘될 리가 없었다.

한국은 “뼈가 안전하다는 확증이 없다”며 뼈 있는 쇠고기의 통관을 거부한 반면 미국은 거꾸로 “뼈가 안전하지 않다는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반입 허용을 주장했다. 또 한국은 “뼈는 ‘위생’의 문제”라며 정부 검역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미국은 뼈는 ‘품질’의 문제이므로 민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렇게 양국의 시각차는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뼛조각 문제 해결 없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다. 국민 안전과 협상 실익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적절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재동 경제부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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