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선社의 매운 수주 100% 외주형 제작이 비결”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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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의 싸움에서 새우가 살아남는 방법은 뭘까?’

SPP조선의 이낙영(47·사진) 회장은 “힘은 빌리되 목표에 집중하라”고 답한다.

SPP조선은 2004년 설립된 신생 조선업체다. 2002년 경남 통영에서 메이저 조선사의 하청업체인 동양기공으로 출발해서 2년 만에 ‘조선업 본무대’에 뛰어들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0여 척(수주잔액 약 2조8500억 원)을 수주해 2010년까지의 일감을 미리 따놓았다. SPP조선은 올해 추가로 30억 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의 비결을 ‘100% 외주형 제작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SPP조선은 수주와 설계만 할 뿐 모든 제작은 55개 제작업체에 맡기고 있다. 공정의 일부를 외주업체에 떼어 주는 경우는 있지만 배를 통째로 남의 손을 빌려 만드는 것은 SPP조선이 처음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협력사 직원은 5000여 명에 이르지만 본사 직원은 400명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우리처럼 중소형 조선사들은 몸집이 가벼워야 한다”면서 “우리는 하청업체들이 일할 수 있는 조선소를 만들어 놓고 공정만 관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선박 하청업체들은 업무 분화가 잘돼 있고 기술 수준도 높아 공정 관리만 잘해 주면 선박을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주형 제작 시스템의 최고 장점으로 비용 절감을 꼽았다. 노사 관리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쟁업체에 비해 제조원가가 5% 이상 싸고 영업이익률도 15%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투자나 수주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작은 조직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직의 에너지를 ‘5만 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SPP조선의 경쟁력 유지 비결 중 하나다. 실제로 SPP조선이 수주한 선박은 모두 나프타나 에틸렌과 같은 원유 정제제품을 실어 나르는 운반선이다.

이 회장은 “같은 종류의 배를 만들면서 원가 절감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신생 조선사에는 유리하다”면서 “올해는 10만 t급으로 수주 선박 크기를 키울 계획이지만 선종 다양화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근 조선 호황을 틈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생 조선업체의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수요가 많아 ‘시황의 덕’을 보기는 했지만 저가 수주는 없었다”면서 “우리가 수주한 선박 가격이 경쟁업체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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