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무식 난동 22명 고발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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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 철통경비시무식 폭력사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4일 경비원들이 사장실 출입문을 막은 채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사장실 철통경비
시무식 폭력사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4일 경비원들이 사장실 출입문을 막은 채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는 연말 성과급 차등 지급에 반발해 노조원들이 시무식에서 폭력을 행사한 책임을 물어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2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4일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현대차는 고소장에서 “이들 노조 간부는 3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폭력을 휘둘러 시무식을 방해했으며,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잔업 2시간을 거부해 차량 461대를 생산하지 못하는 등 총 88억여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 간부 등 80여 명은 3일 오전 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장에 분말소화기를 분사해 행사를 방해했으며, 시무식에 참석하려던 김동진 부회장과 윤여철 사장을 막는 과정에서 윤 사장과 회사 보안요원 10여 명이 다쳤다.

현대차는 4일 오후 회사 소식지인 ‘함께 가는 길’을 내고 “성과급은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며 “노조는 하향된 목표조차 정치 파업으로 스스로 포기하고는 생산 목표를 모두 달성했을 때의 기준인 150%를 지급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조는 4일 “성과급 문제로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에 시무식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회사가 강행해 충돌이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성과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특근과 잔업 등을 거부하고 대의원과 소위원들은 노조 사무실 등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또 회사 측이 5일까지 성과급 50%를 추가 지급하지 않으면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기념품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외환은행으로부터 4억 원대의 소송을 당했다.

외환은행은 4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지난해 7월 당시 현대차 노조 간부가 울산 양정동 외환은행 출장소에 기념품 공급업체인 D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해 대금지급확약서를 받고 4억 원을 대출해 줬으나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조가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 노조 간부인 이모(구속) 씨는 D사를 운영하던 박모 씨와 함께 외환은행 출장소를 방문해 “노조창립기념일에 노조원에게 기념품을 나눠 줘야 하는데 공급업체가 자금이 부족해 물품 공급이 어려우니 D사에 대출해 달라. 대출금은 전액 상환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은행 측을 설득했다.

그러나 D사 대표 박 씨는 사기혐의로 구속되고 대출을 부탁했던 노조 간부 이 씨도 자격이 없는 업체인 D사와 납품 계약을 하며 허위 서류를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되자 외환은행이 대금지급확약서를 바탕으로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현대차 노조는 이 은행에 100억 원에 이르는 노조기금을 맡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소송 제기에 대해 노조 측은 “업체가 대출금을 은행에 갚는다는 조건으로 확약서를 쓴 것이지 연대보증을 선 것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박정인 수석부회장 “원칙대로 대응하겠다”

“노조의 시무식 폭력 사태와 성과급 지급 문제에 원칙대로 대응하겠습니다.”

박정인(사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부회장은 전날 시무식에서 벌어진 노조의 폭력 시위에 대해 “시무식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행사에 참석했던 김동진 부회장과 윤여철 사장을 중심으로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노조에 끌려 다니던 예년과 달리 앞으로는 노조의 부당한 요구와 불법행위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노조가 지난해 불법 파업과 정치 파업을 거듭하면서 당초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 임금협약대로 성과급을 정당하게 낮춘 것”이라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부회장의 강경한 태도는 계속 노조에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의 위협 속에서 낙오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596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노조 문제를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56년간 노사분규 없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자동차를 생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요타와 대조적으로 GM과 포드는 노조가 의료비의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고 생산성이 떨어져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년 가까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좌해 온 그는 현대모비스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가 지난해 9월 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 격인 기획·총괄담당 수석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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