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경제위기 뇌관되나

  • 입력 2007년 1월 4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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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운용방향에서 밝힌 잠재 위기요인 중 하나가 바로 최근 급증한 가계빚이다.

지난 해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을 타고 서민들까지 너도나도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투자에 나섰고, 이로 인해 가계의 빚이 과도한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칫 국내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차입자나 대출자 모두 위기에 대한 대비없이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쏠림현상(Herd Behavior)'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가계의 소비회복 부진으로 인한 내수침체 장기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4일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경제전망 자료에서 가계부채 증가가 자산증가로 뒷받침되고 있고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연체율 등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대체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 관리를 통해 실물경기에 대한 악영향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빚 급증= 작년 9월 말 현재 개인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558조8176억 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1055억 원의 3배를 넘었다.

특히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은행의 가계대출은 35조9000억 원이나 증가했고 이 중 약 66%인 23조6000억 원이 주택 담보대출이었다. 2금융권까지 합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2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003년 21조3000억 원 증가했고 2004년에는 16조4000억 원,

2005년 20조6000억 원이 각각 늘었음을 감안하면 지난 해의 증가세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처럼 가계빚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하락세를 보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도 다시 높아지는 등 가계의 부담이 늘고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은 영국 35%, 미국 31%,독일 16% 등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97.6%에 달하는 등 상당 부분이 단기 변동금리나 일시 상환방식으로 설정돼 있어 시장상황의 변동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계대출의 증가는 특히 부동산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 가계의 몰락과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여력의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발생 가능성 차단 주력=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최근 들어 가계부채의 증가와 저축은행의 부동산관련 대출증가, 중소기업 대출 증가 등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꼽으면서 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각 국책.민간 연구소들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도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총량적인 측면에서 가계대출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신용관리강화 조치 등을 통해 위기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해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를 막고 은행이나 2금융권에 대한 지도나 검사 등을 통해 부동산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주택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금융기관 출연금을 인상하고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확산을 유도함으로써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토지보상시 현금이나 채권 외에 현물(토지)로 보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보상기준시점도 조정하는 등 토지보상자금을 관리함으로써 국내의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도 차단할 방침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생산부분이 아닌 부동산 쪽으로 많이 몰려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해 강구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고 상황에 따라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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