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달러 900원선 깨지면 한국기업 순익 증가 어려워”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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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지거나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불안해진다면 내년에도 한국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 금융그룹인 UBS의 아시아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인 삭티 시바(40·여·사진) 씨는 한국 시장 분석을 위해 방한 중이던 7일 본보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시바 씨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실적은 D램과 낸드(NAND)플래시메모리 가격, 유가, 원-달러 환율 등 4개 요인에 좌우된다”며 “특히 원화 강세(원화환율 하락)가 내년 한국 기업의 실적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 내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떨어져도 한국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환율이 이보다 밑으로 떨어지거나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불안해지면 순이익 증가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시바 씨는 세계적 금융전문 월간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고의 주식 투자전략가’로 선정되는 등 아시아 담당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외국인이 올해 들어 약 13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 주식 매도)’에 대해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망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UBS 등은 2005년 말 한국의 주요 80여 개 기업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9.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11월 말까지 ―5.3%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중국(순이익 추정 12.4%→실제 24.2%), 인도(22.0%→26.0%) 등 아시아 주요국 기업의 순이익 성장세(평균 14.5%)는 전망치(11.9%)를 웃돌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950원으로 유지되고 반도체와 유가도 안정세를 보인다면 한국 기업의 내년 순이익이 올해에 비해 15∼20%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UBS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세계 1000대 은행(총자산 기준) 가운데 지난해 기준 총자산이 1조533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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