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ompany]‘넘버원 조선업’ CNG선-해양플랜트로…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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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성공한 육상건조공법. 이 공법은 땅 위에서 배를 만든 뒤 높은 공기압으로 배를 띄워 바다로 진수하는 건조 방식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성공한 육상건조공법. 이 공법은 땅 위에서 배를 만든 뒤 높은 공기압으로 배를 띄워 바다로 진수하는 건조 방식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Hi Company

▶‘‘메이드 인 코리아’ 철강 벤츠를향해 달려간다

▶“돌덩어리에서 철판 뽑아내는 한편의…”

▶ 현장 누비는 ‘鐵의 여인’들

▶ 철∼철 넘치는 감성으로 더 가까워진다

▶ 바닷물을 마시는 민물로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선박 수출은 올해 220억 달러를 달성해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건조량에서 39%를 차지했고 수주 잔량에서도 38%를 차지해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설계, 엔진 부품 등 국산화율이 90%를 넘어 선박 수출액 대부분이 고스란히 무역수지로 남는 대표적인 한국의 기둥산업이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의 미래를 마냥 낙관하기만은 힘들다. 한국의 뒤를 쫓는 중국과 일본, 호화여객선(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시장을 차별화한 유럽 사이에 낀 한국 조선업체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마침 세계 조선업 시황분석기관들도 당장 5년 후부터는 과잉투자로 선박가격이 20∼30% 하락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까지 내놓은 터다.

한국의 조선업은 ‘불안한 1등’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 더 크게 더 빨리

몸집이 커질수록 운항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조선업계가 거부할 수 없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상식을 깨는 데 도전하고 있다.

기동성을 갖춘 대형선박 제조기술로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연료비와 용선비가 들어가는 해운선사들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얼마나 빨리 배달하느냐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실제로 운항 속도가 24노트(1노트는 시속 1.85km)인 배가 25노트인 배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12시간을 추가로 운항해야 한다. 이에 따른 연료비만 20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용선비와 인건비 등을 따지면 엄청난 비용이 늘어난다. 해운사들이 인도받은 배의 속도가 당초 계약보다 0.1노트만 늦어도 1억 원이 넘는 페널티를 매기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기존 속도를 유지하면서 몸집은 두 배 이상 늘린 배를 빠른 시간에 제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파도와 바람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여 매끈한 선체를 뽑는 설계 기술이 그것.

실제로 현대중공업이 올해 9월 수주한 1만14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운항 속도는 25노트. 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평균 운항 속도가 25노트임을 감안하면 배의 운항 효율성이 갑절로 높아진 셈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자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해운 물동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1등을 고수하는 길은 갈수록 초대형 선박을 선호하는 해운선사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해저의 원유를 캐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심해저용 해양구조물, 신 개념 가스운반선, 선박형 해양구조물 등 고부가가치 해양구조물 사업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북극과 같은 깊은 바다에서 원유를 채취하는 심해저용 해양구조물은 그동안 저유가로 인해 경제성이 없었지만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원유의 대체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액화천연가스(LNG)선도 국내 조선업계의 전략 사업 중 하나.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운반한 뒤 현지 기화시설에 공급하는 LNG선을 비롯해 LNG를 압축한 뒤 기화시설 없이 바로 공급하는 압축천연가스(CNG)선은 차세대 선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 삼성, 대우 등 국내 빅3 조선업체는 앞으로 해양구조물 사업을 강화해 현재 8억 달러에 불과한 해양부문 수출액을 2015년까지 100억 달러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 한 번에 3척씩…생산효율화

틈새시장을 찾아 새로운 선박 수요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를 신속히 만드는 선박 제조기술은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기술이기도 하다. STX조선은 조선업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신공법을 무기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

실제로 STX조선은 한 독(dock) 안에서 중형 선박 3척을 동시에 뽑아내는 ‘독 회전방식’을 도입해 세계 최고의 생산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독 회전방식이란 독의 공간효율을 최대한 살려 5척의 부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한 달에 3척씩을 동시에 제작하는 방식이다.

STX조선 정광석 사장은 “독 하나에서 배 2척을 제작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3척을 한 번에 제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공사기간이 기존 52일에서 30일로 줄어들면서 수주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어렵게 수주해 와도…” 신규 인력 부족 심각

“어렵게 수주를 해 와도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걱정이에요.”

“도장, 용접과 같은 고숙련 기술은 단기간에 전수되는 게 아닌데 작업장 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숙련기술이 유실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며칠 전 지방에서 열린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술 한두 잔이 돌자 각 조선업체 관계자들의 고민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졌다.

한국은 세계 선박 수주량, 건조량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의 조선 강국이다.

특히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주량은 174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t수)로 전 세계 수주량(3950만 CGT)의 44.1%를 싹쓸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26.2%나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정작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어야 할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한국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 기능 인력의 평균연령은 1997년 37.6세에서 2005년 41.7세로 8년 만에 4세 가까이 높아졌다.

고령화되고 있는 조선업계 기능직을 대체할 만한 ‘젊은 피’가 제때에 수혈되지 않아 평균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도장, 용접 등 기능직의 신규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내년과 2008년에 필요한 조선업계 인력은 각각 1만889명과 1만2483명에 이르지만 예상 충원 인원은 각각 7825명, 8075명에 불과하다.

임금이 다소 높아도 고된 육체노동을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사회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조선업계의 작업장 고령화와 인력난은 좀처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주체는 조선업체인 만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조선업계 내부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각 조선업체가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자체 운영하고 있는 기술교육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가동률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간산업에 기능 인력이 제때 충원될 수 있도록 공업고등학교 육성, 공공직업훈련기관 내실화 등 정부의 정책 지원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한국 조선업계 빛나는 기술력

육상건조공법-첨단엔진 개발… 밀려드는 주문 즐거운 비명

국내 조선업계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10월 해안가 도크에서 더는 배를 만들 여유가 없어 땅 위에서 배를 만드는 모험을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원시적이고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묵묵히 땅 위에서 2만 t에 이르는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배 밑에 깔려 있는 8열의 레일을 통해 고압의 공기를 뿜어 배를 지상 위로 띄운 뒤 바지선에 실었다.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공법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후 육상건조공법으로 매년 16척의 배를 생산하게 됐다.

국내 조선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이 같은 기발한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술력으로 자연재해를 이겨냈다.

지난해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모든 가스 공급시설이 마비됐을 때 대우조선이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에너지를 육지로 문제없이 공급했다. 배 위에서 액화가스를 기체로 만든 뒤 육지로 연결된 해저가스관을 통해 곧바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 재기화(再氣化)장치 탑재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배는 태풍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할린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365일 작업이 가능하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만드는 기술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국산화를 이뤄가고 있다.

선박 엔진의 원천 기술은 현재 유럽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큰 선박에 들어가는 대형 ‘저속 디젤엔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STX는 중형 ‘중속 디젤엔진’ 개발에 눈을 돌리고 투자를 집중했다. 이 엔진은 중소형 선박이나 대형 선박의 보조 엔진으로 쓰인다.

STX가 틈새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4분의 1을 차지해 1위로 올라섰다. 이 제품은 2004년 일본능률협회(JMAC)의 ‘마켓 명품 부문 명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TX는 현재 중속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인 과급기와 크랭크 샤프트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시장 1등을 유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STX 엔파코 주식회사 기술연구소 김종기 연구소장은 “중형 선박용 디젤엔진 부품부터 완성 엔진, 선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각 계열사간 사업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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