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못빌린 실수요자들 제2금융권 대출땐 부담가중”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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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의 지급준비율 인상 방침으로 은행권도 바빠지고 있다.

지준율이 높아지면 은행은 대출을 줄여야 한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 규모를 줄이거나 예금 확대 등의 방식으로 보유자금 규모를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년도 은행권의 자금계획 수정도 불가피하다. 지준율 인상이 적용되는 시점이 다음 달 23일이어서 현재 준비해 둔 내년도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지준율 인상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자금팀 박동영 부장은 “지준율 인상에 따라 우리은행은 6000억 원 정도의 예치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300억 원 정도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자금 조달 및 운용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도 “새해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자금계획을 변경할 경우 예금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 자금기획부 여지동 차장은 “지준율을 맞추려면 대출증가율을 낮추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총대출액의 3분의 1가량.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대출금 규모가 줄어들면 주택담보대출부터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다음 달 23일까지 일시적으로 주택대출 수요가 늘긴 하겠지만 겨울은 비수기라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내년 봄이 되면 은행과 부동산 수요자들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집값은 어느 정도 안정되겠지만 실수요자들의 주택자금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자금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지준율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돼 결국 금리 부담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경제검찰’ 공정위 위상 뿌리째 흔들 ▼

‘경제 검찰’을 자부해 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던 직원들이 7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직원에 대한 중징계와 현대차그룹 조사팀 교체 방침을 밝히는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잇단 물의에 휩싸였던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 마련 과정에서 위상이 추락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겹쳐 벼랑 끝의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 초상집 된 공정위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직원의 도덕성과 기강이 생각보다 더 해이해져 있고 그런 사람들에 의한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고민”이라며 “필요하다면 현대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최근 공정위가 진행한 각종 불공정거래 사건 조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 해당 기업들의 이의신청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현대차 조사팀을 다른 직원들로 교체하고 조사결과 금품 수수가 확인된 직원들을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는 하루종일 초상집 분위기였다.

특히 3월 취임한 권오승 위원장이 “현대차 삼성전자 등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더 엄격한 자체 도덕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등 대기업집단(그룹)의 도덕성을 유달리 강조해 온 터라 자괴감은 더 커 보였다.

청사 밖에 모인 직원들은 “앞으로 무슨 낯으로 기업 불공정거래를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며 줄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동규 사무처장은 “이보다 더 참담할 수는 없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 과거에도 문제 끊이지 않아

공정위는 이전에도 다양한 사건에 연루돼 ‘바람 잘 날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10월에는 법무법인과 기업에 파견된 직원들이 약정보수의 평균 2배에 이르는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03년부터 올해 2월까지 법무법인 등에서 근무한 직원 14명 중 11명이 급여 외에 성과급 등으로 6억4312만 원을 받아 감사원의 주의를 받은 것.

2004년 8월에는 신문고시 담당 사무관이 각 신문의 논조 분석 등 공정위 업무와 상관없는 55쪽 분량의 ‘신문 관련 문건’을 여당에 줘 ‘신(新)언론공작’ 시비를 낳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이후부터는 ‘언론 압박’에 노골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가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현장을 몰라도 정권의 ‘코드’에만 충실하면 통하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전직 공정위 간부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민간에 나가 보니 공정위의 현실감각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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