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푸는 경제]서울대 2006학년도 논술고사(정시)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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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고슴도치와 토끼가 맛있는 음식을 걸고 달리기 경주를 했다. 고슴도치는 꾀를 써서 몰래 자신과 닮은 아내를 경주의 결승점에 먼저 보냈다. 토끼가 도착하자 고슴도치 아내가 “나는 벌써 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슴도치가 음식을 차지했다.

◆사례 B=초등학교 축구팀과 아마추어 성인 축구팀이 축구경기를 하게 됐다. 심판은 새로운 규칙을 정해 초등학생 팀은 11명, 성인 팀은 6명으로 하며, 성인 팀 선수는 상대에게 태클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심판은 규칙의 준수 여부를 엄격히 감시했다.

◆사례 C=새끼고양이 가운데 한 마리가 유난히 작고 허약해 어미젖을 먹을 때도 다른 형제에게 밀려 생존이 어려워 보였다. 주인이 그 고양이에게 먹이를 먼저 주는 등 특별히 돌보고 사랑해 그 고양이도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서울대의 2006년 논술고사는 경쟁의 유형(A∼C사례)과 이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평가한 7개의 제시문을 제공했다. 수험생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쟁의 유형을 파악한 뒤 경쟁의 공정성, 경쟁 결과의 정당성 등에 대해 얼마나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논지를 전개하느냐를 평가한 것이다.

●해설

경쟁은 경제학의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다.

물건을 더 팔려고 경쟁하는 기업,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매장을 찾아 새벽부터 줄을 서는 소비자의 모습에서도 경쟁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자본주의경제에서 시장을 통해 제한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나눠진다고 본다. 또 시장의 공급자(기업)와 수요자(소비자)의 경쟁을 불가피한 상호작용으로 이해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시장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눈다.

‘완전경쟁시장’은 동일한 질의 제품이 판매되며 공급자와 소비자가 많아서 특정 집단이 시장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농산물 시장엔 농산물을 팔려는 수많은 농부와 사려는 수많은 소비자가 있다. 특정 농부나 소비자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누구나 정해진 가격을 받아들인다.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시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시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한 명의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독점시장’이 적지 않다. 작은 마을에 하나뿐인 약국처럼. 또 ‘과점시장’처럼 소수의 판매자가 치열한 경쟁 없이 공존하는 시장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다.

문제는 독점, 과점에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로 경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개입이 정당화하는 근거다.

위의 사례를 살펴보면 A는 제3자(정부)의 개입이 없는 ‘완전경쟁시장’, B는 경쟁자 사이의 능력 차이를 근거로 정부가 규제를 통해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독과점시장’으로 볼 수 있다. C는 B와 달리 정부가 경쟁에 직접 간여함으로써 사실상 경쟁을 배제하는 것으로 정부 규제의 한계를 보여 준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규제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적이고 부정적 영향은 무시되기 쉽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경쟁)와 간섭의 선택이 그때그때 편의에 맡겨진다면 결국 자유의 점진적 파괴만을 초래할 것이란 하이에크의 주장은 경쟁에 대한 의미 있는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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