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줄이자 취업문이 좁아졌다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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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000만 원짜리 정규직 일자리 1개와 연봉 1500만 원인 비(非)정규직 일자리 1개가 있다. 취업의 좁은 문을 뚫으려는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호할까. 당연히 ‘정규직 1개’다.

이번에는 연봉 3000만 원짜리 정규직 1개와 연봉 1500만 원짜리 비정규직 2개가 있다고 하자. 어느 쪽이 나은 것일까.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라면 3000만 원짜리 정규직을 원하겠지만 일자리가 절박한 20대 젊은이라면 취업 기회가 많은 후자를 선호할 수도 있다.

한국사회가 일자리의 질(質)과 양(量)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른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을 줄이다 보니 전체 일자리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본보 취재팀이 19일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통계청의 2001∼2006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8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수와 전체 일자리 수의 상관계수가 0.82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 수와 일자리 수의 상관계수는 0.22로 낮았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깊다는 뜻으로 비정규직 감소가 전체 일자리 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가 5% 성장한다고 보고 일자리 창출 목표를 월평균 35만 명으로 잡았지만 이미 포기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10월까지 월평균 29만8000명에 그쳤다.

재정경제부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면서 전체 일자리 증가를 억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보가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 15개 중 6개(40%)의 인사 담당자들은 비정규직 보호 강화와 관련해 “올해 채용에서 정규직은 그대로 두고(늘리지 않고) 비정규직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앞으로 해고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비정규직 채용을 미리 줄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낫다’는 막연한 인식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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