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펀드, 증여세 공제신청 하셨던가요?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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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최승호(가명·36) 씨는 올해 초 다섯 살 난 딸 명의로 어린이펀드에 가입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딸이 이 펀드로 결혼자금을 마련할 상상을 하면 마냥 흐뭇하다.

펀드에 매달 넣는 돈은 25만 원. 연 6%의 복리로 계산하면 딸이 25세 때 얼추 1억 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씨는 25세의 딸이 약 770만 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펀드 판매사들은 ‘절세가 가능한 적립식 상속법’이라면서 경쟁적으로 어린이펀드 상품을 팔고 있지만, 가입고객이 증여세 공제 혜택 사실을 모를 만큼 제대로 홍보가 돼 있지 않다.

금융 전문가들은 “간단한 증여신고만 하면 증여세를 안 내도 된다”며 “이는 펀드 판매사들이 상품을 팔기만 할 뿐 고객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증여할 때 마다 세무서 신고해야’

어린이펀드는 부모가 아이 명의로 가입하는 펀드상품이다. 펀드 판매사들은 경제 캠프, 해외연수 기회 등의 부가 혜택을 앞세워 상품을 홍보한다.

부모가 아이 명의로 펀드에 돈을 넣으면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증여세 공제 혜택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만 19세까지는 10년 단위로 1500만 원씩, 20세 이후에는 3000만 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9세 때까지 1500만 원, 다시 19세 때까지 1500만 원, 20세 이후에 3000만 원을 증여했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9세 때까지 1500만 원을 넣은 아이 명의의 펀드가 높은 수익을 내 수천만 원으로 불어나도 증여세는 더 부과되지 않는다. 이미 세금 문제가 해결된 돈으로 얻은 수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에 관할 세무서에 증여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즉 위의 사례에서처럼 세 차례 증여할 때마다 증여 사실을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6000만 원을 20세 이후에 받는 것과 다름없게 돼 공제 한도 3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에 대해 9%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신고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등기우편으로 서류를 세무서로 보낸 다음 사본과 필증을 보관하면 된다.

○판매사들 공제 사실도 몰라

그러나 본보 증권팀이 서울 여의도 일대 10개 증권사 영업점에 문의한 결과 증여세 공제 안내를 해 주는 판매 창구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판매 직원은 어린이펀드로 증여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심지어 잘못된 정보를 안내하는 직원도 있었다.

D증권 여의도영업부의 한 직원은 “펀드를 통한 증여세 공제는 지난해부터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

삼성증권 고규현 자산클리닉 매니저는 “대부분의 어린이펀드는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연간 수수료율이 0.01∼0.1%포인트 정도 높다”며 “일반 펀드도 얼마든지 아이 이름으로 가입할 수 있는 만큼 꼭 어린이펀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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