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출총제는 투자 제약만…재계 “그럴바엔 이대로 가자”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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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자본을 통해 전체 계열사를 장악하는 재벌의 지배구조는 부작용이 크다. 순환출자 금지로 이를 막아야 한다.”(공정거래위원회)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국내 대기업의 구조가 무너진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금지하느니 차라리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그대로 살려두는 것이 낫다.”(재계)

공정위가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하면서 공정위와 재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 출총제 vs 순환출자 금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는다는 논리로 정부가 2004년 다시 도입한 출총제는 특정 기업이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대기업들은 출총제가 투자를 막고 있다며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결합 제한’ 등의 제도가 있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도 확산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출총제 폐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수단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환상형 출자를 통해 만든 가공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계열사를 밀어주는 경영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문제해결 방식으로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를 고집하고 있다.

재계는 “혹 떼려다 혹 붙였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총제하에서는 추가적인 투자만 제약을 받지만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지배구조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현대차가 기아차 주식을 외부에 처분해야 해 지배구조가 붕괴되는 것이다.

순환출자된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에도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삼성이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각각 1조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며 “경영권 방어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순환출자를 금지할 경우 재계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제단체 임원은 “대기업들은 최근 윤리경영을 하면서도 큰 이익을 내고 있는데 왜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서 지배구조를 흔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본을 적대시하는 좌파적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순환출자 금지, 정부 내에서도 이견

정부 내에서도 공정위와 달리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규제를 풀겠다고 해놓고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26일 한 강연에서 “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출총제 대안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함구하라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지시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대기업 규제 방안이 출총제보다 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그룹에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재경부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물론 주요 경제부처에서도 순환출자 금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반대 의견을 수용한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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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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