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00만원, 한국의 황제주들 그만한 가치가 있나?

  • 입력 2006년 10월 25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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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가치투자가 워런 버핏의 금융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만 달러를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다.

10만 달러라면 우리 돈으로 약 9500만 원. 주식 한 주(株)에 거의 1억 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액면분할을 하지 않는 등 유통 물량을 최소화해 주식 가치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와 같은 '초황제주'는 아니지만 국내에도 시장에서 높은 대접을 받는 황제주들이 있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같은 종목들은 주당 100만 원을 넘는다. 이런 종목들은 왜 비쌀까.

●물량 적고 실적 뒷받침 돼야

국내 증시에서 '최고가(最高價) 3총사'는 25일 종가 기준으로 롯데칠성(117만9000 원), 롯데제과(114만3000 원), 남양유업(79만4000 원)이다. 모두 식음료업종 기업이다.

이들 종목은 일단 자본금이 적다. 롯데칠성은 61억 원, 롯데제과는 71억 원, 남양유업은 36억 원에 불과하다.

자본금이 적으면 유통 주식수가 적다. 물량이 별로 없으니 주식 가치가 높아져 주당 가격은 오르게 된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배기달 책임연구원은 "롯데제과 같은 종목은 최대주주 지분이 50%에 이르는데다 외국인 지분도 43%로 높아 유통 물량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또 자본금이 적다는 것은 기업의 자금력이 좋다는 뜻도 된다. 유동자금이 넘치는데 증자(자본금을 늘리는 것)를 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

시가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는 모두 3개. 자금력이 좋은 롯데그룹은 좀처럼 증자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자본금이 적다고 다 비싼 것은 아니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남양유업 등은 동종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40~50%에 이르는 탄탄한 회사들이다. 유통주식 수가 적으면서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주가도 높다.

●독점적 지위도 중요

KCC(28만500 원)는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수요처가 다양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리콘 원료를 독자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삼성전자(62만5000 원)와 포스코(26만7500 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이라는 경쟁력이 힘이 돼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또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꾸준히 개척했고, 5조~6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해 안정성도 높다.

세계 3위의 철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포스코는 철강 수요전망이 밝은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향후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47만3500 원)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강력한 유통채널을 확보한 업체.

태광그룹의 지주회사인 태광산업(78만 원)은 특이한 케이스다. 이 회사의 주가가 높은 이유는 자산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비 영업용 자산인 계열사 지분과 우리홈쇼핑, SK텔레콤, LG텔레콤 등 다른 회사에 투자한 지분 가치는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시가총액(8680억 원)의 약 40%에 이를 정도"라고 했다. 대주주 지분이 72%에 달해 유통주식수도 적다.

태광산업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 펀드)가 같은 태광 계열인 대한화섬에 지분 참여를 선언한 8월23일 이후 주가가 덩달아 70% 가까이 급등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감까지 반영되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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