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어지는 빨간불… 세마리 토끼 모두 놓치나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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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4%대 초반, 경상수지는 적자, 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 현 정부의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내년 말 한국 경제의 ‘예상 성적표’다. 한국 경제가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물가라는 경제정책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예고 등으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안보 여건까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자칫하면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2003년이후 성장률 평균4.3% 그칠듯

8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 4.9%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2002년 7.0% 성장했다. 그러나 2003년에는 3.1%의 낮은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4.7%와 4.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5.0%, 내년에 4.6% 성장하더라도 5년 평균 성장률은 4.3% 수준에 머문다.

특히 내년 성장률이 4%대 중반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만약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9%에 못 미치면 현 정부는 5년 임기 중 단 한 번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국내외 연구기관과 투자은행은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예상보다 잇달아 낮추고 있어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증가율 둔화로 내년 45억달러 적자”

경상수지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19억 달러에서 2004년 282억 달러로 급증했으나 중국의 긴축정책과 수출 증가세 둔화의 여파로 2005년에는 166억 달러로 줄었다.

올해와 내년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한은은 최근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균형 수준(0)’으로 내려 잡았다. 사실상 흑자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 둔화,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45억 달러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83억 달러 적자)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처했다.

매년 확대되는 복지정책의 영향으로 재정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재도약의 발판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낸다면 미국 경제의 고질인 ‘쌍둥이 적자’가 한국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생활물가 상승률 3년 연속 4% 넘어서

물가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02년 말과 비교한 올해 9월의 물가상승률은 한국이 13.7%로 OECD 30개 회원국 중 7위다. 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대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의 아파트 값은 2002년 말에 비해 21.9%, 서울의 아파트 값은 31.2%나 상승했다.

경희대 안재욱(경제학) 교수는 “기업 규제와 노사문제 등 기업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영환경이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상품 가격까지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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