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기회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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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얼마 전 자원개발 기술 인력 2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영국 석유메이저회사 BP의 유전개발현장에서 근무했던 베트남 출신 전문가와 미국에서 관련 학문을 공부한 한국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지난해(1280억원)의 3배에 가까운 3385억원을 해외유전개발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해외 인력 자원'을 수혈한 것. 새로 영입한 전문가를 포함해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 인력은 모두 16명. 관련 부서 임직원을 모두 통틀어도 33명에 불과하다.

2004년 기준 영국 석유메이저 BP와 프랑스 석유메이저 토탈의 자원 개발 부문 인력이 각각 1만5650명과 1만4404명인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SK㈜는 한국 민간 기업 가운데 자원개발인력이 가장 많다.

●고유가 시대, 기회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유전개발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더구나 산유국들이 자원민족주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한국도 원유를 수입하기보다는 해외유전을 직접 개발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지역 메이저급 석유개발 전문 기업을 육성해 석유 및 천연가스 자급률을 현재 4%에서 2013년 18%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일을 할 사람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기술 인력은 각각 112명과 67명으로 모두 179명이다. 정부 목표대로 해외에서의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2008년 1366명, 2013년에는 2989명의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자원개발 전문대학 검토할 필요

한국의 자원 개발 전문가가 부족해진 배경에는 '저유가'와 '학부제'가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된 저유가로 상당수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포기했고 이에 따라 실직하는 전문 기술 인력이 속출했다. 마침 대학별로 학부제를 실시하면서 '전망이 어두운' 자원 개발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1990년대 후반 700명 정도이던 자원 개발 기술 인력이 200명 미만이 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급 기술 인력이 현재 국책연구원과 대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적으로 '산학연(産學硏)'의 인력 교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정책팀 김대형 박사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이 자원개발전문대학을 설립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도 중·장기적으로 이런 전문대학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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