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위험한 보증’ 쌓인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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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아내와 이혼하고 사글셋방에서 어렵게 사는 김모(39) 씨. 재작년 집주인이 상호저축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할 판이라며 보증을 부탁하자 서류에 손도장을 찍어 줬다. 집주인은 빚을 갚지 못한 채 잠적했고, 김 씨는 6000만 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장면2

3년 이상 ‘백수’로 지내다 2000년 화물회사에 취직한 최모(52) 씨. 그는 회사로부터 운송료에 대한 보증을 서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보증을 서 줬다. 최 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지만 보험회사와의 보증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탓에 6000만 원을 갚으라는 법원의 통지를 받았다.

○ 4월 현재 334만 명이 179조 원 보증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 대출과 관련된 보증 문제가 심상찮다. 특히 2금융권 대출에 보증을 선 사람 가운데는 서민층이 많아 잘못 보증을 섰다가 파산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등이 제출한 자료를 24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말 현재 334만1000명이 2금융권 채무 179조6000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섰다.

1인당 평균 보증금액은 5375만 원으로 지난해 말(4533만 원)에 비해 842만 원(18.6%) 늘었다. 반면 시중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개인 보증금액은 △2001년 9조3000억 원 △2002년 8조5000억 원 △2003년 6조6000억 원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한 ‘안전한 대출’을 주로 취급하면서 보증이 필요한 대출은 줄고 있는 것. 하지만 담보가 없는 서민들은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 보증을 요구하는 2금융권의 ‘위험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금력이 달리는 서민 대출자가 2금융권의 높은 이자를 내지 못해 부도를 내면 보증인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된다.

○ 금융회사 무리한 보증요구 규제방법 없어

교회 부목사인 박모(44) 씨는 1993년부터 10여 년간 19차례나 보증을 섰다. 담임목사의 보증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 총보증금이 3억2000만 원에 이른다.

담임목사가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나자 빚 독촉은 박 씨에게 집중됐다.

살던 집까지 팔았지만 채무는 1억 원 이상 남아 있다.

박 씨처럼 보증을 선 사람들은 대체로 “인간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보증을 섰다”며 후회한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이런 인간관계를 악용해 보증인을 무리하게 요구하는데도 감독당국이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유럽 각국은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재정 상태와 신용도 등을 보증인에게 알리는 등 보증에 따른 위험을 사전 고지하고 있다.

○ 보증인 보호 법제화 추진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에는 연대보증제도와 관련한 감독규정이 없다. 은행이 자체 규정에 따라 보증한도 등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참여연대 권정순 변호사는 “채무자 도산에 따른 연쇄도산의 위험에 노출된 보증인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며 “법으로 이들 보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2금융권 대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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