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90%까지 대출?…대출모집인 허위광고 극성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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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각종 담보대출 안내 전단. 사진 제공 금융감독원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각종 담보대출 안내 전단. 사진 제공 금융감독원
“아파트 값의 90%까지 대출해 드립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회사원 박모(37) 씨는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서 유혹적인 광고 전단을 발견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시가의 100%에 가까운 금액을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전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대출해 주긴 어렵고 대부업체를 소개해 줄 테니 나머지는 그곳에서 대출을 받으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금융 감독당국이 대출모집인의 허위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지난달부터 벌인 실태 조사 결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현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벗어난 내용의 대출 광고 전단이 발견되는 등 허위 과장 광고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사례는 LTV 한도 초과 대출.

원래는 아파트 시세의 60%(투기지역은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모집인은 시세의 80∼90%까지도 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출모집인들이 은행이나 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명의를 도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대출모집인들이 직장인 고객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놓으라”고 종용하는 사례도 있다.

대출금이 사업자금 용도로 쓰일 경우 대출 한도가 올라가는 점을 이용한 것.

금감원이 올해 2월 44개 금융기관을 조사한 결과 사업자 대출을 해 주면서 자금용도를 심사하지 않거나 대출된 돈이 용도와 다르게 쓰인 사례가 148건 적발됐다.

현재 활동 중인 대출모집인은 은행권은 3600여 명, 저축은행은 12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대부업체 등 비제도금융권의 대출모집인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20일부터 각 금융기관의 본점과 영업점에 대출모집인의 불법 사례 신고센터를 설치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각 금융기관은 대출모집인의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자사 명의를 도용한 경우 해당 대출모집인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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