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당신의 시간은 예술입니다”…바셰론 콘스탄틴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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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거물 투자가인 이모 전무는 명품을 모른다.

수천억 원의 돈을 주무르는 신흥 갑부지만 정작 본인은 발리 구두니 페라가모 넥타이니 하는 것들을 사 본 적이 거의 없다.

시큰둥하게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할 뿐.

그런 그가 유별나게 애착을 갖는 브랜드가 딱 하나 있다.

‘바셰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고 한다. 관련 정보는 빠지지 않고 챙긴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가격이라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 “두고두고 대를 물릴 물건”이라고 했다.

그의 왼쪽 손목을 장식한 이 명품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의 역사를 자랑한다.

위풍당당하면서도 절대 가볍게 드러나지 않는 명품의 ‘아우라(aura)’는 250년을 넘긴 생명력에서 발휘된다.》

○시계판 안에 담긴 작은 우주

‘나폴레옹 1세가 가장 아꼈던 시계.’

오랜 역사의 산증인답게 바셰론 콘스탄틴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1953년 스위스 정부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대관식을 기념하는 공식 국가 선물로 특별히 주문 제작한 시계로도 유명하다.

이 브랜드가 태어난 곳은 1755년 시계의 도시 스위스 제네바. 장마르크 바셰론이 시작한 시계 제작에 1819년 프랑수아 콘스탄틴이라는 장인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명칭이 만들어졌다. 끝부분이 꽃잎처럼 벌어진 ‘말태 십자가’ 로고는 명품 애호가 사이에서 존재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다.

바셰론 콘스탄틴을 정의하는 핵심 특징은 간단치 않은 디자인이다. 이 브랜드는 시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픈 워크(open work)’를 처음 탄생시킨 기록을 갖고 있다. 뼈대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이른바 스켈리턴(skeleton) 시계다.

시곗바늘의 작동에 필요한 태엽이 모두 제 모습을 드러낸 채 드라마틱하게 엮여 돌아가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다. 시간당 2만8800번의 진동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태엽시계 내부의 정교함은 눈길을 한참이나 빼앗는다. 산만하지 않되 역동적으로 짜여져 풀어내는 분과 초의 움직임이란!

“끔찍할 정도의 정성을 기울여서 하나씩 손으로 만들어 내거든요. ‘캐비노티에’라고 불리는 시계 장인들의 열정과 혼이 담기죠. 최고의 보석 세팅가와 금 세공사, 시계기술 전문가가 동원됩니다.”

바셰론 콘스탄틴의 국내 판매업체인 리치몬트코리아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 시계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만5000개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국내에선 하얏트호텔과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 매장 등 4곳에서만 판다.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 없는 디자인은 주문 제작이 끝날 때까지 평균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아예 만져 볼 수조차 없는 디자인도 있으니 기다리는 것쯤이야 견딜 만하다.

고객 리스트는 미국 비밀정보요원의 명단만큼이나 철저히 관리된다. ‘연예인 ○○○이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식의 홍보성 소문조차 없다.

○값으로 정의되지 않는 가치

시계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대하면 설명이 될까.

바셰론 콘스탄틴의 가격은 대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6억 원까지 올라간다. 경매에서 수백억 원에 낙찰되는 것도 있다.

1980년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시계’라는 찬사와 함께 탄생한 칼리스타(Kalista)의 가격은 당시 500만 달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라는 기네스북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시계에는 모두 130캐럿에 이르는 다이아몬드 118개가 보석세공 장인들의 손을 거쳐 살짝 자리 잡았다. 제작에 투입된 시간은 자그마치 6000시간. 다이아몬드를 모으는 데만 5년이 따로 걸린 인고(忍苦)의 산물이었다.

국내에도 소개된 ‘칼라’ 모델의 가격은 무려 6억8000만 원. ‘말테 스켈리턴’은 77개의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몸을 장식했고, ‘패트리모니’에는 두께 1.64mm에 불과한 무브먼트(시계판 같은 장치들)에 18개의 보석이 박혀 있다. 모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한다.

정교함의 신비는 탄탄한 기술로 뒷받침된다.

바셰론 콘스탄틴은 시계 태엽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시간이 조금씩 틀려지는 것을 방지하는 ‘투르비용 레귤레이터’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태엽으로 가면서도 15분에서 최소 1분 단위로 시간을 알려 주는 ‘미니트 리피터’도 처음 만들어 냈다. 단 두 개밖에 없는 산 속의 공장에서 얇은 금판이 날아가기라도 할까 숨죽인 채 밀리미터 단위의 세공작업에 매달려 온 장인들의 열정이 담겨 있다.

지난해 바셰론 콘스탄틴은 탄생 250주년을 맞아 ‘쥬빌레 1755’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1755년에 탄생했다는 의미를 담아 생산 수량도 1755개로 한정했다. 어떤 기업에도 열지 않았던 중국 쯔진청(紫禁城)의 문을 열어젖히고 내부에서 작품발표회를 여는 기록도 만들어 냈다.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브랜드만이 내놓을 수 있는 명품의 행진은 이렇게 계속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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