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2천만원 벌면서 무소득신고…전문직 탈세심각”

  • 입력 2006년 9월 15일 1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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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변호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대규모 세금 탈루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재희(한나라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5년 15대 전문직종 특별지도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2004년) 건강보험료를 탈루한 5796명 중 2311명(40%)이 특별지도점검 이후 소득액을 정정신고 했지만 국세청에는 이 보다 낮은 소득액을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전문직 2300여명의 연간 소득 축소 신고액 규모는 19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특히 소득이 아예 없다고 신고한 전문직 종사자도 588명이나 됐다.

고소득 전문직종의 국세청 소득 신고액이 자세하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 의원은 밝혔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액과 건보공단에 정정 신고한 소득액을 비교해 보면 의사인 이모(44) 씨의 경우 연간 최대 2억7000여만 원까지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국세청에 월평균 소득을 '0원'으로 신고했지만, 건보료 탈루 적발 이후 정정 신고한 월 소득액은 2265만 원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2004년 한해 나타난 것만으로도 2억7000여만 원을 탈세해 조사대상 중 1위에 올랐다.

정신과의사인 윤모(64) 씨도 국세청에는 무소득자로 신고했으나, 건보공단 점검 이후 매월 1153만원을 번다고 정정했다. 그는 점검 전에는 건보공단에도 소득을 '0원'으로 신고했다.

세무사 이모(34) 씨도 국세청과 건보공단 두 기관에 무소득자로 신고했으나 점검에서 건보료 탈루가 적발된 이후 594만 원의 월 소득이 있다고 정정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이들 2311명의 탈세 혐의자중 3명만 '소득축소 탈루혐의자'로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탈세를 방치했다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전 의원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탈세가 심각한데도 건보공단이 단 3명만을 국세청에 탈세혐의자로 통보한 것은 건보공단의 조사 대상자 선정 임무 태만과 국세청의 조사 기피 현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2005년 11월 2일 열린 국세청 산하 '소득축소탈루심사위원회'회의록을 공개했다.

실제로 회의록에는 국세청 소속인 A위원이 "(국세청이) 개인사업자 조사를 1만 건 정도 하는데, 건보공단이 3%만 통보해도 300건 아니냐. 부담돼서 못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보료 탈루자 중 국세청에 통보할 탈세 혐의자를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이처럼 탈세혐의 통보 대상자가 극소수에 그친 원인으로 지적됐다.

전 의원은 "전문직 종사자 대부분이 이런 점을 피하기 위해 월 소득을 1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신고하고 있기 때문에 건보공단에서 소득 축소가 적발돼도 국세청에는 탈세혐의자로 통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00만 원을 벌고 500만 원을 신고할 경우 100만 원 이상 소득자이기 때문에 국세청에는 탈세 혐의자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정모(42) 씨의 경우 특별점검 전 월 107만 원을 번다고 신고하고 점검 후 월 2270만 원으로 정정 신고해 21배의 격차를 보였지만, 국세청에는 탈세혐의자로 통보되지 않았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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