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된 오리’ 저축은행을 잡아라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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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국내 대기업
그룹상호저축은행
현대자동차HK(인수 추진)
태광예가람, 고려
프라임프라임
동부동부
사조푸른
자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를 잡아라.’

소액 신용대출 부실로 한때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상호저축은행이 대기업들의 인수 대상 금융회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국내 사모(私募)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HK저축은행(옛 한솔저축은행)을 공동 인수한다고 4일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HK저축은행 지분 18.5%(372억 원)를 인수하고, MBK파트너스는 802억 원을 투자해 지분 39.9%를 인수한다.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HK저축은행 경영 정상화 후 보유 지분을 현대캐피탈에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2003년 소액 신용대출 부실로 실적이 악화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3조5000억 원으로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약 2조500억 원)을 추월했다.

저축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저축은행 입질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현대캐피탈에 앞서 태광그룹은 올해 4월 서울의 예가람저축은행을 인수했다. 태광그룹은 부산지역의 고려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수도권 진출을 위해 예가람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한 것.

이외에도 최근 동아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프라임그룹의 프라임저축은행과 동부그룹의 동부저축은행, 사조그룹의 푸른저축은행 등이 대표적인 대기업 계열 저축은행이다.

대기업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것은 저축은행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2002년부터 저금리가 이어지고 시중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대출이 쉬운 저축은행으로 고객이 몰렸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또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산업자본이 진출하기 쉽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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