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김치마저…입만빼고 중국산?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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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농업 전문가인 정정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얼마 전 방한한 중국 모 대학 식품과학과 교수들을 데리고 경기도의 유명 쌀 산지를 찾았다.

중국 교수들은 정 연구위원이 자랑삼아 건넨 한국 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우리 것만 못하네”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고급 쌀을 보여 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했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국산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올해 처음 수입된 밥 짓는 용도의 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치 수입도 ‘기생충 알 파동’ 후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 쌀을 본 중국 교수들의 반응이 다소 과장됐을 수 있지만 중국 농산물의 품질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품질도 좋아진 중국산 농산물의 ‘2차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 인기 끄는 중국 쌀… 미국 태국산보다 비싸도 잘 팔려

밥 짓는 용도로 수입된 중국 쌀은 5월 초 공매를 시작한 지 약 2개월 만인 7월 19일까지 총 1만2752t이 모두 팔려 나갔다.

올해 국내에는 중국 쌀 외에도 미국과 태국 쌀도 들어왔다.

중국 쌀과 비슷한 시기에 공매가 진행된 미국 쌀 ‘칼로스’는 초기에 10차례 이상 유찰됐다. 일명 ‘안남미’로 불리는 태국 쌀은 지금도 재고가 쌓여 있을 정도로 인기가 없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이호선 팀장은 “중국 쌀이 미국 쌀보다 더 비싼 값에 훨씬 먼저 팔려 깜짝 놀랐다”며 “중국 쌀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미국 쌀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쌀이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에 수입된 쌀은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성 등 ‘동북 3성’에서 생산된 것이다. 한국 쌀처럼 길이가 짧고 둥근 단립종으로 모양이 거의 똑같은 데다 맛도 별 차이가 없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최근 단백질과 아밀로오스 등 밥맛을 내는 성분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중국 쌀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어려울 정도였다.

중국 쌀은 손님이 쉽게 구별할 수 없고 원산지 표시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식당과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쌀의 소비자가격은 20kg에 약 3만 원으로 국산(4만∼6만 원)보다 훨씬 싸다.

○ 김치 수입도 다시 크게 늘어

지난해 10월 기생충 알 파동 이후 뚝 떨어졌던 중국산 김치의 수입도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김치는 9만229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8930t)에 비해 57%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4593만 달러(약 436억 원)로 75%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중국산 김치의 단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식당에서 여전히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국산 김치의 품질이 차차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중국산의 품질이 매우 떨어졌으나 한국인들이 현지에 김치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하다 보니 기술이 이전돼 지금은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기생충 알 파동 이후 한국인이 경영하는 김치 공장 16개의 문을 닫게 하고 중국인이 경영하는 김치 공장은 보조금을 줘 가며 시설을 정비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산 농산물 수입 크게 늘 듯

일본은 올해 5월부터 농산물 및 식품 통관 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농약 품목을 정해 놓고 나머지는 모두 단속하는 쪽으로 검역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농산물의 대일(對日) 수출이 급감했다. 올해 6월 5억9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중국은 한국시장에선 저가(低價)로 승부하던 것과 달리 일본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공략해 왔다. 일본 시장의 벽이 높아지면 중국의 프리미엄 농산물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중국 정부도 ‘녹색식품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정부 인증을 거친 농산물의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연구위원은 “쌀과 김치 말고도 중국산 채소류는 한국과 일본의 종자를 가져다 재배한 것이기 때문에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까지 한국에선 외식할 때나 중국 농산물을 먹는다고 알고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가정용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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