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방↓ 양극화 심화 “강남 잡으려다 경제도 잡아”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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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라는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 그 후 1년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강남구, 경기 성남시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은 폭등한 반면 지방 아파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주택 가격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 또한 규제가 강화된 토지 시장은 거래가 뚝 끊긴 반면 종부세 부과 대상서 제외된 상가와 빌딩시장은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있다.》

1주일 뒤면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지 1년이 된다.

금융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강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망라한 8·31대책 이후에도 집값은 한동안 잡히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8·31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일단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집값 안정세를, 집을 팔기도 사기도 힘들어져 거래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세로 돌아섰다기보다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고 중소 건설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해 전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8·31대책 후 1년, 평가와 개선방향’ 세미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8·31대책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가는 1년간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8·31대책의 주 타깃이었던 서울 강남지역은 대책이 나오기 전 8개월 동안 12.7%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대책이 나온 뒤에는 오히려 1년간 14.1%나 올라 정부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름세는 올해 강력한 재건축 규제책을 담은 3·3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한풀 꺾이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일부 효과를 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상,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하강이 최근 집값 안정세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또 내년에 시행되는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과도한 정부 규제로 공급 물량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강남지역 등의 집값이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 정책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강민석 책임연구원은 “8·31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양극화, 지방 주택시장 붕괴, 거래 동결 등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들이 크면서 집을 넓히기 위해 2003년 부산 연제구 연산동 S아파트 51평형을 3억4500만 원에 분양받은 김모(65) 씨.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S아파트를 분양가에 내놓았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1동 M부동산 김모 이사는 “이 지역 일부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10∼20%가 입주를 안 했다”며 “프리미엄도 분양가 대비 20%나 빠졌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분위기는 심각하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1년간 전국 주택가격상승률(국민은행 기준)을 보면 서울 경기는 7%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부산(―1.1%) 대전(―1.5%) 충남(―0.5%) 전남(―0.4%) 등 지방에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미분양 아파트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연구위원은 “강남 등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지방에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지방의 주택 수요가 근본적으로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신고 등 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위한 규제는 유지하되 시장 불안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먼저 취득세 등록세 인하와 함께 1가구 1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6억 원으로 정해져 있는 고가(高價) 주택의 기준을 최근 몇 년간의 집값 상승을 감안해 9억 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하는데 양도세가 너무 높아 유통의 순환 고리가 끊어졌다”며 “부동산의 시장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거래 활성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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