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현대차와의 ‘안전거리’는?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아자동차가 판매 부진에 따른 적자와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차종이 겹치고 브랜드 차별성도 낮아 기아차가 독자생존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아차는 일단 디자인부터 차별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 ‘사면초가’에 빠진 기아차

기아차는 2분기(4∼6월)에 15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7∼9월) 적자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0.3%와 69.6% 급감했다.

자동차 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판매관리비마저 늘어나면서 경영실적이 나빠졌다.

이런 어려움을 반영한 듯 기아차는 2004년부터 신입 영업사원을 뽑지 않았다. 영업소 지점장과 과장급에 대해선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일반 영업사원 중 일부는 생산직으로 전환했다.

노조파업은 갈 길이 바쁜 회사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악재로 꼽힌다. 기아차 노조는 7월 18일 이후 한 달 넘게 부분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 기아차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 현대차와 차별화 경영 시동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아차를 구하기 위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목표는 현대차와의 차별화다.

기아차는 지난달 기획실 내에 ‘비전 추진팀’이란 조직을 신설했다. 이 팀에서는 △해외 글로벌 △내수 △조직 문화 △디자인 경영 등 태스크포스 4개를 두고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짜고 있다.

또 정 사장이 주도해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폴크스바겐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53) 씨를 영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

기아차는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현대차와 차별화한 기아차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기아차는 이 같은 전략의 하나로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12월부터 유럽시장 전용 준중형 모델인 시드(cee’d)를 생산한다.

○ ‘자기모순’ 극복 가능할까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차별화 전략이 성공해 기아차가 잘 팔려도 현대차의 시장을 잠식한다면 제로섬 게임에 빠진다”며 “현대차의 판매 간섭을 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우디-폴크스바겐(폴크스바겐그룹)이나 캐딜락-사브-뷰익(GM)처럼 같은 그룹 내에서 플랫폼을 공유하며 자동차를 만들지만 각각의 브랜드 파워로 전체 판매대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기아차는 제품을 놓고 현대차와 경쟁해 서로 품질을 높이면서도 각자의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기아차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품질을 더 올리고 해외공장 설비도 확대해 환율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