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영화-게임산업 판을 바꾼다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그래픽(CG)기술로 대규모 군중 장면을 연출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위)과 가상 CG 함대가 등장하는 영화 ‘한반도’.

《#사례 1=주인공 정우성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영화 ‘중천’의 한 장면. 액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와이어 액션’(가는 쇠줄을 몸에 묶고 하는 연기)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날아다닌다. #사례 2=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주인공.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연기자인데도 현란한 연주 솜씨를 보여줬다. ‘엑스트라’가 사라지고 위험한 무술을 펼치는 ‘스턴트맨’들이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연주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걱정이 없다.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8조500억 원.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꽃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다.》

○ 스턴트맨, 게임 시장으로

국내 정상급 스턴트맨인 정두홍 씨. 지난해 정 씨는 국산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에피소드4 동영상의 무술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실감나는 동영상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는 게 엔씨소프트의 주문.

사람 동작을 포착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해 한 달간 작업한 끝에 정 씨는 영화 같은 게임 동영상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게임제작지원센터 박근표 프로듀서는 “국산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은 대부분 스턴트맨이 모션 캡처 센서를 몸에 달고 한 연기”라고 말했다.

요란한 군중 동원도 거의 사라졌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를 연출한 인사이트비주얼 강종익 감독은 영화 중반에 수만 명이 등장하는 피란민 행렬을 불과 100∼200명의 보조 연기자로 그려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피란민 대부분은 특수장비로 촬영한 뒤 컴퓨터로 합성한 군중이다.

○ 사람 모습-동작 100% 재현

ETRI 디지털액터팀 이인호 박사는 “국내 CG 기술로 사람의 모습과 동작을 거의 100%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100% 컴퓨터로 만든 가짜 배우를 캐스팅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7월 개봉한 영화 ‘한반도’ 중 정부중앙청사 폭발 장면에 등장한 배우 대부분은 컴퓨터로 만든 가짜 배우다. 모션 캡처와 가상의 배우를 만드는 디지털액터 기술을 짜깁기해 만든 것.

같은 작품에 등장한 한국과 일본의 함대 역시 동원된 배가 아닌 컴퓨터로 만든 가짜 함대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