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수출 대표회사에 공로패…무역협회, 60주년 기념식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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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황창규 씨는 우연한 기회에 반도체 이론서를 접하게 된다. 인텔 창업자 앤드루 그로브 씨가 쓴 ‘반도체 물리학(Physics of Semi-conductor Device)’이라는 책이었다.

황 씨는 이 책을 읽은 후 반도체에 후기 산업사회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를 꿈꾼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1992년 그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메가D램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당시 반도체 최강국이었던 일본을 따돌리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 정상으로 올라섰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는 반도체가 처음으로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이 된 시기도 1992년이었다.

1946년 오징어와 소금, 텅스텐 등 1차 생산품으로 수출을 시작한 한국이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아 수출 주력 상품을 최첨단 제품으로 바꾼 것이었다.

한국은 광복 5년 후인 1950년이 돼서야 공산품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성방직이 광복 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딛고 1950년 파키스탄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린 것. 경성방직은 인촌 김성수 선생이 전국 각지를 돌며 ‘1인 1주 운동’을 벌여 설립된 기업이었다.

경성방직은 6·25전쟁 후에는 폐허가 된 국내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온 국민이 수출 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수출에 매달린 1960년대 수출 1위 품목은 가발이었다. 한국무역협회 김극수 연구조정팀장은 “중공업 생산 시설이 없던 당시 노동집약 상품인 가발은 한국 경제의 희망이었고 수출의 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가발수출 1위 업체였던 주식회사 대화는 1966년 7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듬해에는 수출액 120만 달러를 돌파했다.

1970년대에는 합판이 수출 증대를 주도하는 선두주자였다. 성창기업은 당시 수출 주도형 경제 정책을 등에 업고 남미와 유럽 지역까지 시장을 개척했다.

1982년 대우실업에서 이름이 바뀐 대우인터내셔널은 1980년대 의류 수출로 돌풍을 일으켰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89년 의류 수출 8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고, 현재도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등에 의류 공장 4개를 운영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28일 열리는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시기별로 수출을 주도했던 경방, 대화, 성창기업(합판), 대우인터내셔널(의류), 삼성전자, SJM(자동차 부품) 등에 공로패를 수여한다.

무역협회가 선정한 시기별 수출주력 상품과 대표 회사
1950년대면방직경성방직(현 경방)
1960년대가발대화
1970년대합판성창기업
1980년대의류대우인터내셔널
1990년대반도체삼성전자
2000년대자동차부품SJM
자료: 무역협회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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