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협력업체외 ‘환경관리 노하우 전수’ 3년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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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에 있는 화장지 제조업체 우풍화장지는 종업원 16명의 조그만 기업이다. 완제품 화장지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해서 연간 매출을 10억 원가량 올린다.

이 회사에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직원들은 제품이나 만들 줄 알았지 환경에 관한 인식은 없었다.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아놓기 일쑤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위험물 보관소를 별도로 설치해 공장 뒤뜰을 깔끔히 단장했다. 폐기물도 용도별로 분류해 재활용률을 크게 높였다. 이 업체는 매년 폐기물 발생량이 10% 정도씩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전북 군산시의 계면활성제 제조회사 한농화성은 그동안 작업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대기 중으로 그냥 내보내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남은 열을 보관하는 공기예열기를 지난해 초 설치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1년간 1000만 원가량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이 회사는 앞으로 폐수를 줄이기 위한 설비도 설치할 방침이다.

영세 기업들의 이런 대변신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기업인 유한킴벌리와 SK㈜로부터 각각 ‘한 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 폐기물 재활용률 크게 높여

3년간 진행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린파트너십 구축 시범사업이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6∼8월 중 순차적으로 끝나게 된다.

대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협력업체에 환경 관리 노하우를 이전하고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기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환경 경영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전수해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환경 과외’인 셈.

산업자원부가 3년간 82억 원을 지원한 이 사업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유한킴벌리 등 8개 대기업과 이들의 120여 개 협력업체가 참가했다. 정부가 지원금을 내고 대기업은 이를 기반 삼아 인력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환경이라면 ‘부자 기업’들이나 신경 쓰는 걸로만 알았던 중소기업들에 이번 사업은 큰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 그린파트너십 확대키로

그린파트너십 구축 사업은 기업에 대한 국내외 환경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현재 국제 환경협약은 221개나 되며 한국도 45개 협약에 가입돼 있다.

중소기업에서 부품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으로서는 협력업체의 환경 경영이 자사 제품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인력 문제와 경쟁사 간 정보 누출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억지로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또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열악한 근무환경과 잦은 이직 현상을 안고 있어 대기업이 교육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이병욱 LG환경연구원장은 “대기업이 전사적 차원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환경부서에서만 일을 주도하다 보니 활기가 없었던 면이 있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에도 환경 규제에 대응할 기회를 줬다는 측면에서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2, 3차 협력업체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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