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어디까지” 鄭회장 최측근 체포…현대차 당혹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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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3일 밤 이정대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을 체포하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그룹 내에서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다 회사의 살림을 도맡을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또 14일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차의 부채 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을 긴급체포하고, 올해 2월 합병 과정에서 본텍을 고가(高價)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오토넷의 이일장 전 사장과 주영섭 현 사장도 조사하자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되느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정대 부사장과 김승년 부사장은 모두 정 회장이 설립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이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재경본부장을 맡아 왔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당시 전무) 발령 전까지 15년간 정 회장의 비서 및 비서실장을 맡은 측근 중의 측근이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이 13일 정 회장의 중국 베이징 현대차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허용했다고 밝힌 직후 바로 그룹 핵심 임원 2명을 체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그룹 측은 정 회장이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19일까지는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수사의 수위도 다소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 부사장과 김 부사장이 체포되자 검찰의 ‘칼끝’이 결국 총수 일가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당초 비자금 조성과 건설 인허가 로비에 초점이 맞춰졌던 검찰 수사가 갈수록 확대되는 데 대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박상배 전 총재와 이성근 사장에 대해 적용한 혐의가 현대차의 로비로 ㈜위아와 아주금속공업(현 메티아)의 부실채권 매각과 재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현재 현대차의 계열사여서 현대차의 계열사 확장 과정 자체에 대한 정당성이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한때 대주주였던 본텍과 현대오토넷이 합병하는 과정에도 불법이 있었다면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황한 그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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