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KT이사회 의장 맡은 윤정로 과기원 교수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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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변신한 KT에는 이사회 의장이란 다소 생소한 직책이 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경영에 전념하는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놓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KT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윤정로(52·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요 기업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화제가 된 그를 KT 본사에서 만났다.

남편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과 함께 대전에 살고 있는 그는 모교인 서울대 강의를 위해 상경한 길에 본보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KT는 어쩌면 ‘여성’이 지니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닐까. 이사회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면 이사회 의장이 자칫 CEO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여성 의장’으로 무마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윤 의장은 “(내가 KT 이사회 의장이 된 것은) 그동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은 소수 여성의 기회”라고 맞받았다.

○ “살아남은 소수 여성의 기회”

그는 경기여고, 서울대 사회학과,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과정까지 줄곧 “윤정로, 당신이 여성만 아니었더라면…”이란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간 과학과 사회학을 접목시킨 ‘과학기술 사회학자’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한국정보사회학회 부회장 등 숨 가쁘게 활동해 왔다.

이사회 의장은 기업 의사결정 참여 정도에 따라 크게 ‘적극 참여자형’과 ‘감독자형’으로 나뉜다. 윤 의장에게 어느 쪽이냐고 물었더니 “감독자형을 택하겠다”고 했다.

첫 여성 의장을 향한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CEO는 대통령, 이사회 의장은 국회의장과 같다”며 “대주주가 없는 구조에서 전문가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경영진에 잘 전달해 성공적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의장이 되기 전에도 2004년부터 KT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CEO인 남중수 사장에게 ‘사회현상이 된 과학기술’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 왔다.

2월 휴대전화 요금 370만 원 때문에 자살한 중학생 아들의 아버지가 KT 사옥 앞에서 벌인 1인 시위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수익을 올리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 경영 진단은 허심탄회하게

KT 이사회에는 윤 의장을 비롯한 8명의 사외이사와 남 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 등 모두 11명의 등기이사가 있다.

대학교수, 기업체 사장 등으로 바쁜 사외이사들이 KT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까. CEO가 참석하는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경영 진단은 가능할까.

그는 “이사회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매월 한 번 3, 4시간씩 진행하던 이사회 일정을 1년에 7번 ‘무한 진행’으로 바꿨다.

윤 의장의 행보는 국내기업 가운데 선도적이란 평을 받은 KT 이사회 구조의 성공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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