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훈다이’ 따로 ‘코리아’ 따로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코멘트
“우리 집엔 훈다이 상트로(현대자동차 아토스의 현지 모델), LG 냉장고가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인도 뭄바이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만난 은행원 카잘 싱(43) 씨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연방 ‘메바리아훙’(현지어로 ‘아주 좋다’는 뜻)을 외쳤다. 옆에 있던 동료도 “나도 상트로”라고 거들었다.

인도에서 만난 중산층들은 한국 제품 얘기가 나오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1960, 70년대에 한국인들이 ‘미제’나 ‘일제’를 좋아했던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졌다. 실제로 인도에서 현대차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상선 포스코 등은 각자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우등생들이다.

하지만 엄지를 세웠던 상당수 인도인은 ‘훈다이’ 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기자가 “코리아”라고 말해 주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정말이냐?”고 되묻곤 했다. 으쓱 올라갔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 하면 올림픽과 월드컵을 연 나라고, 축구 강국이라는 것 외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뉴델리에서 만난 현지 인터넷업체 대표의 말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훈다이’ 따로, ‘코리아’ 따로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의 차이였다. 우리 기업이 씽씽 달리는 동안 ‘코리아’라는 국가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 비해 두드러진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이 ‘일제’를 제칠 수 있었던 데는 현지 밀착형 상품 개발이 주효했다”(현대상선 뭄바이지사 김병욱 지사장)는 말은 곰곰이 새겨볼 만하다. ‘일본’을 꺾는 게 아니라 오로지 일본 제품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현지용 차량은 터번을 쓴 인도인을 감안해 차 지붕을 높였다. 울퉁불퉁한 도로 사정에 맞춰 차 바닥 높이도 한 뼘쯤 높였다. 도난 사고가 잦다는 현지 정보를 흘려듣지 않고 냉장고 문에도 열쇠를 붙였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 있어 기업과 국가 사이에는 시차(時差)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덕을 본 ‘코리아’가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도와줄 차례다.―뭄바이에서

김동원 기획특집부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