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차별’ 기준이 도대체 뭔지…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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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기준 때문에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차별 시정 요구가 폭주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가 사실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 “1년 내내 분쟁에 휘말릴 것”

비정규직 법안의 차별금지 조항에 따르면 △동종(同種)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차별을 느낀 노동자는 누구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청구할 수 있으며 △차별이 아님을 입증하는 책임은 기업이 지도록 했다.

우선 거론되는 문제는 노동위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주체와 입증책임 주체가 각각 달라 무책임한 구제신청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행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는 입증책임이 노동자에게 있음에도 해마다 노동위에 접수되는 구제신청 건수가 6000∼7000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입증책임이 기업에 있는 차별금지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崔載滉) 정책본부장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한 건의 심판 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보통 5, 6개월인데 기준조차 애매한 차별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내(社內) 갈등관계 형성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기업 부담은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업 인건비 상승 불가피

차별대우 시정 요구가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럽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종사자끼리도 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현행 연공급 체계에서는 ‘차별이 아님’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인상 기준을 몇 년 차 정규직 임금에 맞춰야 할지도 애매하다.

성신여대 경영학과 박준성 교수는 “정규직 임금을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차별 시정 요구는 기업의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직무급제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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