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0.6초의 유혹 브·랜·드

  • 입력 200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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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하고 있어요?” “래미안에 사세요?” 멜론은 SKT의 음악서비스, 래미안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아파트의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아니면 그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 브랜드는 기업이미지(CI)를 넘어 제품이 지닌 무형의 가치를 압축해 보여 주는 디자인이다. SKT보다 멜론이, 삼성물산 보다 래미안이 더 소비자들에게 다가선다. 이것이 소비자가 제품을 보고 반응하는 0.6초의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의 힘이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브랜드 중에는 기업보다 더 가치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SKT KTF LGT 등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별로 여러 개의 하위 브랜드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업체들은 회사 이름보다 ‘자이’‘e-편한세상’ 등 아파트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고객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디자인 섹션 4회에서는 브랜드 디자인을 들여다본다.》

이동통신 3사들은 기업의 토털 브랜드는 물론 음악 게임 영화 모바일뱅킹 등 ‘서비스 브랜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심판원이 2년 전 ‘011’ ‘스피드 011’ 등에 대한 SKT의 독점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한 이래 3사의 브랜드 디자인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다.

SKT는 2004년 11월 음악서비스 브랜드‘멜론’으로 이 분야의 선두로 나섰다. 멜론은 최근 평균 방문자 수가 디지털 음악업계 1위였던 ‘벅스’를 앞지를 정도다.

김혜진 홍보과장은 “이동통신 기술력의 차이가 사라진 요즘 콘텐츠의 품질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브랜드 차별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멜론의 개발비와 광고 등 초기 브랜드 런칭 비용은 40여억 원.

KTF는 지난해 5월 ‘도시락(www.dosirak.com)’을 내놓았다. 당초 리듬과 느낌의 이미지를 살린 ‘리필(Refill)’이 후보였으나 ‘재활용’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가지고 다닌다는 휴대전화와 도시락의 공통점, 도시(City)와 락(Rock)의 이미지가 결합된 도시락으로 결정됐다. 이 브랜드 런칭 비용은 40억원 수준.

LGT의 ‘뮤직온’(www.musicon.co.kr)은 엔터테인먼트 체험 매장 ‘폰앤펀(Phone&fun)’과 연결시키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뮤직온’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도 브랜드를 디자인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폰앤펀’ 이창용 점장은 “하루 이용객이 300여 명”이라며 “모바일 자키 7명이 고객들에게 브랜드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75개 매장이 폰앤펀으로 바뀌었고 올해 말까지 150여 개로 늘어날 예정.

음악 분야에서 본격화된 3사의 서비스 브랜드 경쟁은 3D 게임(SKT ‘GXG’, KTF ‘지팡’), 모바일 뱅킹(SKT ‘M뱅크’, KTF ‘K뱅크’, LGT ‘뱅크온’)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SKT는 또 모바일 영화사이트를 표방하는 ‘씨즐’로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 러브 마크(Love Mark)를 만들어라

이동통신 3사는 또 개별 브랜드 외에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토털 브랜드’로 고객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SKT는 지난해 7월 ‘생활의 중심’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다.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IMC팀 서성실 과장은 “단순히 신뢰 차원의 트러스트 마크가 아니라 ‘러브 마크’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KT는 평범한 시민을 CF 모델로 기용해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에 초점을 두는 등 ‘브랜드 디자인’을 가꿔 가고 있다. 브랜드 런칭 비용으로 85억 원을 투자했다.

LGT는 지난해 10월 ‘기분 좋은 변화’를 BI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소비자와 직원이 함께 기분 좋게 변하자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의 LGT 사무실 곳곳에는 성공 스토리와 관련된 경영진의 메시지가 게시돼 있다. 외부에 앞서 내부에서 먼저 변화를 시작하자는 취지다.

‘토털 브랜드’ 전략은 KTF가 2002년 월드컵에서 ‘코리아 팀 파이팅’으로 처음 시작한 뒤 2003년 8월 ‘해브 어 굿 타임’으로 성과를 거두면서 본격화 됐다. KTF 커뮤니케이션팀 남승현 차장은 “‘해브 어 굿 타임’은 통화 품질 등 기능적 가치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시한 브랜드 전략의 승리였다”며 “2006년 월드컵에서도 이 우위를 지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멜론에 얽힌 에피소드:

멜론은 멜로디(Melody)와 온(On)의 합성어로 멜론처럼 신선하고 달콤한 멜로디가 흐른다는 의미다. 서비스 개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인터넷 주소(URL)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우여곡절 끝에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www.melon.co.kr)와 미국인(www.melon.com)에게서 이를 사들였

다. 미국에서는 멜론이 포르노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억 원의 대가를 지불했다.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정주영(25·연세대 불어불문 4년) 김정환(25·한양대 신문방송 4년) 임형진(21·연세대 정치외교 3년) 씨가 참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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