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형제 LGT-데이콤-파워콤 늦효도에 LG그룹 싱글벙글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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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LG그룹의 통신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효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후발 사업자로 뒤늦게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 LG텔레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다가 급변하는 환경에 밀려 빚더미에 허덕이던 데이콤, 2002년 데이콤이 인수한 파워콤이 그들이다.

○ 019 LG텔레콤의 ‘변신’

SK텔레콤과 KTF에 밀려 이동통신 시장에서 만년 후발 사업자로 불리던 LG텔레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2005년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650억 원과 23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배와 10배가량 높은 수치다. 초기 투자에 성공한 SK텔레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공룡과 버거운 싸움을 하던 LG텔레콤으로선 주목받을 만한 성적표다.

휴대전화 019 브랜드는 10년 먼저 사업 기반을 마련한 SK텔레콤의 011에 비해 가입자가 턱없이 적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0년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을 땐 LG그룹이 통신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룹이 통신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이 나도는 판에 은행이 돈을 빌려줄 리도 만무했다.

3등의 설움을 떨치기 위해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2002년부터 유통구조를 도매에서 소매 중심으로 바꾸면서 직영 체인인 자사 대리점을 늘려 나갔다.

2003년엔 국민은행과 제휴해 휴대전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뱅크 온’을 내놨다. 대리점에 ‘폰 앤드 펀(Phone & Fun)’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고객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여기에 2004년부터 휴대전화 통신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덕을 보기도 했다. 지난해 LG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는 651만 명, 시장점유율은 17.1%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 데이콤과 파워콤도 비상 날갯짓

데이콤은 PC통신인 천리안 서비스로 한때 유선통신 사업의 강자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선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2000년 LG그룹은 데이콤을 인수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2004년 서울 강남의 본사 사옥을 처분하고 천리안은 데이콤MI로, 콜센터는 CIC코리아로 분사(分社)했다. 고정자산은 팔고 비효율 사업은 떼어 내는 변신을 시도했다.

2003년 23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120%로 뚝 떨어졌다. 음성전화와 전용회선 초고속인터넷 등 포화 상태에 이른 유선통신 시장에서 데이콤은 올해 8년 만에 처음으로 5% 내외의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12월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파워콤을 인수하고 LG그룹 계열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파워콤은 지난해 9월부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3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통신 계열사들의 선전(善戰) 덕에 LG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뛰어들지 않는 대신 전자와 화학에 이어 통신을 비롯한 서비스업을 그룹의 3대 축으로 삼기로 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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