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은 공사비가 9조1000억 원이나 들어간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한 지 130년 만의 대역사(大役事)이자 21세기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항 북컨테이너부두 3개 선석 조기 개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한 항만 종사자가 “신항(新港)이 아니라 신항(辛港)이라고 부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을까.
공사 과정도 그랬지만 국무총리실과 해양수산부를 밀고 당기며 부산시와 경남도가 벌인 지루한 명칭 싸움도 극을 달렸다. 항만이 두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다는 이유로 이들은 ‘부산신항’과 ‘진해신항’을 고집했다. 정부의 중재력 미흡을 탓하는 여론도 있으나 정치인들의 정략적 개입 때문에 갈등이 커진 측면도 있다.
대규모 관제 집회와 궐기대회, 비난과 성명전, 정권퇴진 요구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지역 언론도 편이 갈렸다. 경남 쪽의 ‘진해신항쟁취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개장식을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공언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러나 오거돈(吳巨敦) 해양부 장관과 김태호(金台鎬) 경남도지사가 11일 추가로 완공되는 3개 선석의 임시관할관청을 경남으로 등록하고 매립지를 무상 양여하는 등 4개 항의 경남지원책에 합의하면서 일단 고비는 넘겼다.
그렇다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경남 비대위는 “합의안은 수용하겠지만 명칭 투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내 곳곳에는 여전히 ‘신항명칭을 되찾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산은 부산대로 “추가 3개 선석의 관할권을 경남에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동북아 메가 허브포트’를 지향하는 신항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아직 정기 기항 선사가 없어 ‘빈손 개장’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10일 5개 선석을 부분 개장한 중국 상하이(上海) 양산(洋山) 항과의 물동량 경쟁이 발등의 불이다. 우리가 명칭을 놓고 멱살잡이를 할 때 양산 항은 세계 유명 선사를 상대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여 신항보다 앞서가고 있다.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 관계자는 “신항의 우수한 인프라와 인력을 앞세우고 최대 주주인 두바이포트월드(DPW)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신항은 환적 등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지정학적으로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큰소리’가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19일의 개장식에는 2000여 명의 국내외 인사가 참석한다. 이날을 계기로 7년여를 끌어온 소모적 논쟁은 접어야 한다. 두 지자체 간 이견 조정이 정 불가능하다면 사건을 맡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
거친 파도가 지나가면 바다는 더 잔잔해진다고 했다. 이제 신항이 희망의 뱃고동을 울리며 미래로 나아가도록 부산시민과 경남도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나중에 ‘과실’도 다정하게 나눠 가지면 좀 좋은가. 더구나 부산 경남은 이웃사촌 아닌가. <창원에서>
강정훈 사회부 차장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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