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인 등록제도 고양이목 방울달기?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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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은 채권추심(빚 독촉)을 위임계약직으로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위임계약직의 채권추심을 사실상 금지한 판결이었다.

판결이 나온 지 2개월 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합법적으로 빚 독촉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등록제(채권추심인 등록제)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발의 직후 김 의원의 홈페이지는 협박에 가까운 글로 ‘도배’가 됐다.

등록제를 도입하면 빚 독촉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 채무자들의 반발이었다. 발의 보름 뒤인 6월 19일 김 의원은 결국 이를 철회하고 말았다. 이후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국회나 재정경제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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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2만3000여 명에 이르는 위임계약직 채권추심인들은 지금도 불법으로 활동하고 있다.

○ 계약직추심인 2만3000명 불법활동

금융권 관계자들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표현한다. 신용관리 대상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법을 개정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원래 개정안이 채권추심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채권추심인이 되려면 시험을 보고 교육을 받도록 해 일종의 빚 독촉 자격증을 주자는 것이다. 소속 채권추심인에 대한 금융회사의 관리책임 강화도 내용에 포함됐다.

현재 주무 부처인 재경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철회한 법안인데 정부가 비슷한 법안을 만들어 발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위법을 피하기 위해 위임계약직 채권추심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난색을 표한다.

한 신용카드회사 관계자는 “위임계약직 채권추심인이 그대로 일을 하고 있으므로 법을 위반하는 셈”이라며 “하지만 계약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돌리면 경영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며 “부실채권을 대부업체 등 아무에게나 매각하면 채무인은 더 힘들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 악순환이 반복되나

참여연대 사회인권국 박원석 국장은 “신용불량자가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빚 독촉은 중요한 민생 문제인 만큼 미국처럼 공동채권추심법을 만들어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신용정보실 조만제 팀장은 “외국은 신용이 없으면 살 수 없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만 한국은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다”며 “그래서 금융회사들의 채권추심이 교묘해지고 채무자들은 더욱 숨는 악순환의 연속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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