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경솔함이 김치불신 키웠다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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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드세요”국산 김치 일부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가 나온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5 김치엑스포 한국발효산업전’에서 주부들이 다양한 김치를 맛보며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심하고 드세요”
국산 김치 일부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가 나온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5 김치엑스포 한국발효산업전’에서 주부들이 다양한 김치를 맛보며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 알은 모두 미성숙란이므로 100% 안전합니다.”

2일 발표된 국산 김치 기생충 알 검사에 참여한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尹凞貞·기생충학) 교수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의 안전성을 장담했다.

윤 교수는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가 식탁에 오른다면 먹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대답했다.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도 이번에 국산 김치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미성숙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치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하고 불결하지만 인체에 해롭지 않은 기생충 미성숙란 때문에 온 사회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중국과의 외교마찰이 빚어진 셈이다.

▽미성숙란은 감염력 전무=김치 검사에 참여한 경상대 의대 손운목(孫運睦·기생충학) 교수는 “기생충 알이 인체에 감염되려면 애벌레가 들어 있는 자충포장란 상태여야 하는데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은 모두 감염력이 전무한 미성숙란”이라고 설명했다.

회충 미성숙란은 1∼5기의 자충 단계를 거쳐 유충, 성충으로 자라며 2기부터 인체에 감염된다. 그 전엔 인체에 들어와도 감염되지 않고 배설된다.

이번에 김치에서 검출된 회충 알 4건, 배추에서 검출된 회충 알 2건은 사람의 것인지, 돼지의 것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김치에서 개, 고양이의 회충 알이 나온 것은 야생 개와 고양이 때문. 야생 고양이의 회충 감염률은 10%대다. 그러나 동물의 회충 알은 사람 몸에서 성충으로 자라지 못한다.

손 교수는 “김치는 균질한 제품이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 자충포장란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모두 성충으로 자라지 않으며 한두 마리로는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부실한 대응=이날 발표에서 중국산 김치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도 미성숙란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식약청이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 9개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익히거나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기생충이 구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표 이후 중국이 지난달 31일 한국산 수입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며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김치 파동으로 비화됐다.

식약청은 “당시엔 미성숙란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감염으로 발전할 위험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으나 기생충 알이 얼마나 해로운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중 김치마찰 어떻게 될까=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내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해서 한중 김치마찰의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고 내다봤다.

김치 유해성 문제에서 두 나라 모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이번 일을 확대시킬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이 공동 조사와 협의를 거쳐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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