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美서 전세계로 확산조짐…‘저금리 시대’ 끝나나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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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저(低)금리 시대는 끝났다.”

국내외에서 저금리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꾸준한 금리 인상으로 다른 나라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의 소비 둔화와 자산가격 하락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 미국발(發) 금리 인상 세계로 퍼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펴낸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저금리 시대는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도 14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2003년 6월 이후 11차례나 0.25%포인트씩 올라 올해 2년 3개월 만에 연 1%에서 3.75%로 높아졌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내년 1월 은퇴할 때까지 3번 남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들은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3분기(7∼9월)에 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한수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에 따른 경기 후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강행했다”면서 “이는 한번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멈추기 힘들다는 사실을 세계에 경고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리를 인상한 한국, 중국, 인도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미국 주택 가격 하락, 소비위축 가능성 높다

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올리는 이유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저금리 시대에 발생한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 가능성을 줄이는 데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가 시작된 2001년 말부터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왔다. 그러나 호주의 부동산 가격이 2003년 이후 약 7% 하락하고 영국도 10개월째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등 곳곳에서 거품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거품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악화돼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해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에 발맞춰 금리를 올리면 차입경영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한국의 금리가 미국 금리에 따라 높아지면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집값이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대로 금리 인상을 늦춰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해외자본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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