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MS-IBM등 전세계고객에 ‘자기만의 색깔’ 심어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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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콜라 대신 브랜드를 마시게 한다

코카콜라사(社)는 무엇을 팔까? “놀리느냐”는 핀잔을 듣기에 딱 좋은 질문이지만 ‘콜라’가 정답은 아니다. 코카콜라는 브랜드를 파는 회사다. 코카콜라 스스로도 이를 깨닫지 못해 한때 곤욕을 치러야 했다. 코카콜라는 1980년대 중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경쟁사 펩시콜라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코카콜라의 100년 아성을 위협한 것. 코카콜라는 1985년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탄산음료 생산을 중지하고 새로운 제조법으로 만든 ‘뉴 코크’를 내놓는 결정을 내린다. 브랜드를 감추고 맛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조사에는 20만 명이 참가했다. 경영진은 이 신제품 시음 테스트 결과에 고무됐다. ‘뉴 코크’는 펩시의 도전을 깨끗이 잠재우고 시장의 새로운 황제로 떠오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소비자들은 ‘원조 콜라’를 달라고 아우성쳤다. 수개월 만에 기존 브랜드와 제조법은 부활했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한 야심찬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코카콜라 경영진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충성도를 과소평가했다. 코카콜라는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 브랜드의 가치를 깨닫다

오랜 세월 동안 브랜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분하는 명칭에 머물렀다. 산업화 이전에는 기껏해야 ‘낙인’을 찍는 수준에 불과했다. 단순한 명칭에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핵심가치’로 브랜드의 개념이 진화한 때는 1980년대다.

당시 미국에서는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셌다.

그런데 ‘기업이 경쟁사에 넘어가도 브랜드는 살아남는’ 독특한 현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러자 시장에서 브랜드를 돈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1988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크래프트사를 인수할 때 장부가격의 6배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지불하기도 했다. 브랜드에 대한 각성은 이처럼 뒤늦었다.

○ 기업 이어 도시-국가도 중요성 눈떠

기업 이름이 곧 브랜드라는 등식은 깨졌다. 기업은 브랜드의 그늘에 가려졌다. 한 예로 홈매트와 홈키파, 컴배트 등의 살충제를 만든 곳은 헨켈코리아라는 회사다. 살충제 브랜드는 귀에 익숙하지만 이 제품을 만든 헨켈코리아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도시와 국가도 브랜드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개인 차원의 브랜드 관리기법은 삶의 중요한 노하우로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브랜드는 사랑, 애국심처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거래를 거치지 않는 한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곤란하다.

이 때문에 브랜드를 제대로 평가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최근에야 비교적 정교한 틀로 브랜드의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영국의 인터브랜드는 매년 세계 100대 기업의 브랜드를 금액으로 환산해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선 산업정책연구원이 매년 한국 10대 대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매기고 있다.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 675억달러 세계 1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기업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는 코카콜라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기업브랜드 ‘톱5’는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IBM, GE, 인텔의 순이다. 2001년 5위였던 노키아가 2002년 인텔에 그 자리를 빼앗긴 것을 제외하고는 순위에 변화가 없다.

‘톱10’ 브랜드로 범위를 조금 넓혀도 변동은 거의 없다. 2001년 14, 11위였던 도요타와 말버러가 각각 9, 10위로 상승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이 밖에 노키아 디즈니 맥도널드가 10위권에 항상 포진했다.

강력한 브랜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1등만을 기억할 뿐이다.

잘 키운 브랜드에서 얻는 보상은 실로 막대하다. 코카콜라의 2005년 브랜드 가치는 675억 달러, 코카콜라 유형자산의 10배 이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599억 달러), IBM(534억 달러) 등의 브랜드 가치는 웬만한 나라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가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는 미국이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36개국 가운데 미국의 브랜드 가치가 3조2000억 달러로 1위였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3700억 달러로 12위에 랭크됐다.

○삼성전자-e베이-애플 등 차세대 최강

인터브랜드는 2005년 세계 100대 기업 브랜드 가운데 e베이, HSBC, 삼성전자, 애플, UBS를 가치 상승률이 높은 5개 기업으로 꼽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부문에서 5년 연속 상위 5개 기업에 포함됐다.

한국 기업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올해 새롭게 100위권에 진입한 3개 기업 중 2개가 한국 기업이다. 현대자동차(84위)와 LG전자(97위)다. 게다가 올해 처음 삼성전자(20위)가 소니(28위)를, 현대자동차가 닛산(85위)을 앞지르는 ‘겹경사’도 있었다.

산업정책연구원 브랜드연구팀 하수경 팀장은 “한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브랜드 경영을 늦게 시작했지만 활약상은 대단하다”고 분석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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