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윤리실천 ‘전도사’ 많아졌으면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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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도이체방크의 한 중역은 ‘금융회사는 고객이 윤리경영을 실천하도록 유인하는 파워가 있다’라고 사명을 밝혔다고 한다. 이는 기업들의 윤리경영을 선도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윤리경영선도기업은 이제 내부의 윤리경영을 다질 뿐 아니라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 등에 윤리경영을 확산시키는 ‘전도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도이체방크와 국민은행을 들 수 있다.

1999년부터 도이체방크는 대출이나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환경평가를 거치고 있다. 근래에는 에콰도르 송유관 건설 사업이 환경적, 사회적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였다. 이는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윤리경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의 관행을 보여 주는 일례이다. 또한 빈곤층과 소규모 회사를 위한 무담보소액대출을 통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을 외부에 알리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은행은 지속가능성, 다양성 존중, 사회인적자본, 현금 기부를 통한 나눔경영 성과 등을 공시하여 은행의 경제, 환경, 사회적 성과에 대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바깥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천과 성과 보고 덕택에 도이체방크는 지속가능성 평가지수에서 매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윤리경영전파활동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기업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산업자원부와 산업정책연구원(IPS)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내 주요 기업의 윤리경영진단(2004)에서 금융, 보험 및 서비스업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 지배구조, 지역사회 부문에서 우수기업(상위 10%)으로 선정되어 다수의 부문에서 우수상을 석권하였다. 그렇다면 국민은행의 윤리경영은 무엇이 다를까?

우선, 기업환경에 맞는 ‘국민은행형’ 윤리경영 전략을 개발하고 윤리경영 실천을 용이하도록 조직을 개편하였다. 금융업의 특성상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영,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므로 고객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타 산업보다 높다. 국민은행의 지속가능성은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투명성 위에 존립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시스템, 이사회, 회계투명성을 강화해 나갔다. 동시에 1000여 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조직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윤리경영 실천조직을 정비했고, 준법감시인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여 타 사업본부나 부서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였다.

국민은행은 윤리경영 노력을 외부로까지 뻗고 있다. 국민은행은 비즈니스 파트너의 윤리성, 투명성이 국민은행의 장기적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여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최대로 활용하여 윤리경영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기업신용평가 시 윤리경영 기업 우대조치를 시행하여 윤리경영 실천 정도가 양호한 거래기업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여 여신규모, 금리 등에서 우대를 받고 있다.

윤리경영은 이제 기업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내부 단속이 중요한 단계도 있지만 윤리경영을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초석으로 닦으려면 외부를 장기적 관점에서 내다보는 시력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도이체방크와 국민은행처럼 기업의 역량을 활용하여 윤리경영을 확산하는 ‘전도사’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재은 산업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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