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튠스, 인터넷으로 노래 5억곡 팔았다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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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세계 음반시장은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겪었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MP3 음악파일을 내려받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미국 애플컴퓨터는 이때 MP3 음악파일을 돈을 받고 파는 ‘실험’을 시작했다. 0.99달러(약 1000원)를 내면 노래 한 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라는 온라인 음악 가게를 연 것. 주위에선 고개를 내저었다. 공짜 음악이 널렸는데 누가 돈을 내고 음악을 사느냐고. 그러나 실험은 성공했다. 애플은 최근 아이튠스를 통해 5억 곡째 노래를 팔았다. 이 가운데 3억 곡은 올해 팔렸다. 애플이 약 2년간 판매한 음악은 돈으로 계산하면 5000억 원에 이른다.》

○ 성공의 비밀

아이튠스 이전에도 돈을 내고 MP3 음악파일을 사는 온라인 음악 가게는 존재했다.

하지만 공짜에 익숙한 소비자는 이들을 외면했다. 가수와 음반업계도 이들에게 음악을 공급하지 않았다. 온라인 음악 가게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애플은 둘 다 만족시켜야 했다.

애플은 소비자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었다. MP3플레이어는 CD플레이어나 워크맨과 달리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음악파일을 내려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까다로워 PC 사용에 익숙한 사람만 구입했다.

아이튠스는 훨씬 쉽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사면 MP3플레이어인 ‘아이포드’로 한 번에 저장된다. 소비자는 아이튠스에 들어가 노래를 고른 뒤 신용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애플은 가수와 음반업계에 수익의 3분의 2를 건네줬다. 0.99달러짜리 음악 한 곡을 팔면 0.33달러는 음반사, 0.33달러는 가수 등 저작권자에게 준 것이다. 애플 몫의 0.33달러도 판매관리비와 신규 투자에 썼다.

대신 하드웨어 판매로 이익을 냈다. 아이튠스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아이포드에서만 들을 수 있게 했다.

아이튠스는 곧 ‘인터넷 음악 백화점’으로 입소문이 났고 음반사는 앞 다퉈 음악을 공급했다. 7월 현재 아이튠스에서는 150만 곡 이상의 음악을 찾을 수 있다.

○ 한국에선 불가능한가

초고속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음반시장은 2003년 4104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1338억 원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음반업계는 너도나도 온라인 음악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음악 가게는 SK텔레콤의 ‘멜론’. 여기에서는 음악 한 곡의 가격이 500원이다. 그런데 500원 가운데 절반은 SK텔레콤에 돌아간다. 나머지 절반을 가수와 음반사, MP3 음악파일 변환업체 등이 나눠 갖는다. 음반사에 최종적으로 돌아가는 돈은 500원 가운데 100원도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와 음반사가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을 반길 리가 없다. SK텔레콤이 온라인 음악 가게를 시작한다고 할 때 음반업계는 항의 시위까지 벌였다.

○ 애플이 꿈꾸는 미래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뮤직비디오 라이선스를 구입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잡스 애플 사장은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도 갖고 있다.

음악 가게였던 아이튠스는 결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통로로 성장할 전망이다.

잡스 사장은 “아이튠스와 아이포드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이라며 “애플의 소프트웨어로 음악을 만들고 아이포드로 그 음악을 들으며 매킨토시 컴퓨터로 가족들에게 콘서트 장면을 보여주는 시대가 애플이 꿈꾸는 미래”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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